회식 강요·왕따 등 '처벌'… 모호한 기준 혼란 개선 필요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간호계 '태움' 문화, IT업체 사업주의 폭행,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이 이슈화 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인 70% 내외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이 광범위 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16일부터 관계상 우위를 악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일각에는 부정적인 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 '신체적·정식적' 고통으로 근무 환경 악화 근절

직장내 새로운 조직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 반영 등)과 조치 의무(신고자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등)를 부여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조항이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된다. 또한 이런 행위를 예방하고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 취업규정에는 금지되는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괴롭힘 발생 시 조치, 피해자 보호 절차, 가해자 징계 조항, 재발방지 대책 등이 기재된다. 특히 직원 대다수 공감을 살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취업규칙을 마련하기 위해 취업 규칙의 변경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한 별도로 관련 규정을 만들어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 '폭언·욕설', '회식강요', '직장 내 따돌림' 등 대표 사례

운전기사 A씨는 고용주가 운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폭언, 욕설을 하고 운전중 머리를 가격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 여기에 고용주가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접은 상태에서 운전하도록 지시하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운전업무를 했다.

이처럼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는 지속적인 '폭언·욕설'을 꼽을 수 있다. 지속·반복적인 욕설과 폭언을 하거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고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다. 여기에 신체에 대해 폭행을 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회식 강요'도 괴롭힘 행위로 볼 수 있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하거나 술자리를 만들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는 괴롭힘 행위로 인정된다. 또 회식 자리에 늦었다고 다량의 술을 강제를 권유하거나 따돌림 수준으로 식사자리를 배제하는 등도 회식자리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다.

업무상 불필요한 개인적인 심부름을 반복적으로 시키는 등 인관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의 수준을 넘거나 업무에 대해 물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등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업무 부여' 행위도 괴롭힘에 포함된다.

이밖에 정당한 이유 없이 승진, 보상 등에서 차별을 주거나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을 따돌리는 행위,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을 제공하지 않는 등 원활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등도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 모호한 기준, 가해자 직접 처벌 미포함....한계점 뚜렷

일각에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해자 직접 처별 규정이 없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법에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했을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하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용자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괴롭힘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직접적인 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 사용자 판단에 따른 징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피해자는 결국 사업주에게 조치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의 모호함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한다는 정의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업무상 필요성과 사회통념에 따라 이 범위가 판단된다.

업무에 필요하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일 적으로 필요하더라도 그 행동이 사회통념상 문제가 있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는 것이다.

기준점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불편감을 일으키지 않는 가벼운 심부름이나 면벽 근무라도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는 셈이다.

◆ 필요성 '인정',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 개선 우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기업 300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기업인식과 대응' 조사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은 괴롭힘 금지법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금지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7.7%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은 12.3%에 불과했다.

또 괴롭힘 금지법이 요구하는 조치들을 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4.6%는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완료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0.5%였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은 44.6%가 '조치 완료', 48.5%가 '조만간 완료 예정'라고 응답했고 6.9%만이 '조치계획 세우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26.3%가 '조치 완료', 53.8%가 '조만간 완료예정', 19.9%는 '조치계획 세우지 못함'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인식했다. 기업 95.7%가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 개선이 우선'이라고 답했고, '법적 조치가 기업문화 개선보다 우선'이라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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