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SNS 인생샷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청주시 상당구 수동 L카페 '천국의 계단'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조형물을 이용해 손님 끌기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L카페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도 천국의 계단 운영을 강행했다. 시설이용을 제한하는 직원은 어디에도 없이 방치된 모습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오늘 안 찍으면 언제 또 오냐", "흐린 날은 그 나름의 멋이 있다"며 계단을 올랐다.

이에 대해 L카페 A대표는 "안정성 논란이 일면서 천국의 계단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는 손님들을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5층에 안내문을 부착해도 훼손되고 차단벨트도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비바람 속에 시설물을 이용하는 것을 손님들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어 그는 "계단 높이가 정확히 3.7m라 성인이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며 "건물 밖으로 추락하려면 있는 힘껏 도약을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그러나 이곳을 찾은 다수의 시민들은 "건물 외벽과 거리가 1~2m 남짓밖에 안 돼 조금만 몸을 잘못 가눠도 건물 밖으로 추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부로 떨어지더라도 강화유리에 부딪혀 크게 다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색 포토존을 활용한 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청주 L카페 천국의 계단을 벤치마킹한 조형물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 역시 수익창출에만 눈이 멀어 제대로 된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건축물이 아닌 조형물에 대한 이용제한을 강제할 수 없어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은 틈을 타 하루 수백 명이 목숨을 걸고 계단을 오르지만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천국의 계단에서 황천길로 떠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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