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덕 속리산면 각자장 영화속 '집현전 도각수' 출연
신미대사 일대기 특화 '훈민정음마당' 명소화 부푼꿈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훈민정음 창제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오늘(24일) 개봉되는 '나랏말싸미'는 송강호(세종), 박해일(신미대사), 故 전미선(소헌왕후)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일찍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에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을 배경으로,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과 당시 낮은 신분이었던 스님 신미대사가 만나 백성을 위해 '나라의 글자'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무형문화재 28호인 보은 박영덕(54·운봉서각원장) 각자장이 집현전 도각수(都刻手·글자를 새기는 각수의 총책임자)로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으며, 신미대사가 속리산 복천암에 입산해 입적할 때까지 머문 보은군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보은군이 지난해 11월 속리산 달천변에 신미대사를 테마화해 야심차게 문을 연 '훈민정음마당'이 영화의 힘을 입어 호재를 만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영화에서 박영덕 각자장은 집현전에서의 한글창제 작업 장면과 글자를 새기는 손모양이 등장한다. 그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신미대사의 한글창제를 주장해 온 경북 안동 학가산 광흥사 주지 범종스님과의 친분이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제39회 대한민국 전승 공예대전에서 훈민정음해례본으로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고, 이어 2015년 제40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훈민정음언해본 15판으로 대통령상을 탄 박 각자장의 한글에 대한 애정과 뛰어난 각자(刻字)실력을 알아본 것. 박 각자장의 영화촬영은 지난해 12월 전주세트장에서 진행됐으며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에도 참가해 한글탄생의 가슴 뜨거운 감동을 함께 했다.

영화 '나랏말싸미' 집현전 도각수로 분장한 박영덕 각자장과 조철현 감독.
영화 '나랏말싸미' 집현전 도각수로 분장한 박영덕 각자장과 조철현 감독.

또한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재조명 받고 있는 신미대사는 집현전 학자인 동생 김수온과 함께 불사를 중흥시킨 인물로, 해인사에 있던 대장경 50부 간행을 감독한 학승(學僧)이다. 영화에서는 5개 국어에 능통한 신미스님이 산스크리트어를 참고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여러 기록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한글탄생에 있어 신미대사가 배제된 이유에 대해 "백성들을 위한 한글창제가 왕의 힘으로도 안되고 너의 힘으로도 안되니 현세의 실권자인 유생, 즉 집현전 학자들의 힘을 빌리자"는 세종의 대사가 나오며, 보은의 '복천사'와 청주의 '초수(초정약수)'가 언급된다. 이는 한글창제를 반대하는 세종이 유생들을 피해 질병치료를 핑계 삼아 초정약수를 방문하고, 속리산 복천암의 신미대사를 만났다는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한글창제는 보은 속리산의 복천사에서 시작됐고 청주 초정에서 초안을 잡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박 각자장은 "비록 짧은 분량의 영화 등장이지만 영화출연을 계기로 세계적인 기록유산인 한글작업에 더욱 매진해 널리 보급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며 "한글창제에 있어서 충북이 지역적으로도, 인물적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은군이 지난해 11월 문을 연 속리산 달천변 '훈민정음마당'
보은군이 지난해 11월 문을 연 속리산 달천변 '훈민정음마당'

한편, 보은군은 지난해 11월 총공사비 55억원을 들여 속리산면 상판리 정이품송 맞은편 달천변에 신미대사를 테마화한 '훈민정음마당'을 준공하고, 보은군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육성하고 있다. 이 곳은 세조, 세종, 신미대사를 테마화하고 있으며, 특히 신미대사가 세속에서 인연을 맺은 아버지 김훈, 어머니 여흥 이씨, 불가에서 인연을 맺은 스승 함허당, 수미대사 등의 조형물을 비롯한 신미대사의 행적지를 기록한 지도마당과 궁궐 출입도 등을 보여주고 있다. 보은군은 이를 기반으로 조선왕가의 비밀, 훈민정음 창제의 숨은 이야기, 우리글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보은을 '훈민정음의 고향'으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미대사의 문화역사콘텐츠화를 시도한 보은군이 이번 영화 제작 지원이나 촬영장소로 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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