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문화인류학상 가족이란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는 하나의 사회적인 단위이며,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단위라고 언급 되고 있다. 즉 구성원들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서로를 아끼며 생활을 같이하는 집단 또는 단체라 할 것이다.

가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음에도 최근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사건은 우리모두에게 경악과 함께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사회에 큰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농촌을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재 '농촌총각 결혼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제결혼이 성사된 남성농민들에게 결혼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농촌의 쇠퇴와 공동화가 가속화되자 다급해진 지자체들이 국제결혼 지원을 통해 농촌 남성의 혼인을 늘려 인구 감소를 막아보자는 취지로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결혼 이주여성들의 가정내 폭력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국제결혼이 매매혼과 다를 바 없다는 언론보도가 종종 있어 왔다.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파악한 결혼 이주여성의 사망 피해사례는 총 21건에 이른다. 심지어 현재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 실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통계자료로 수치화된 바 조차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뚜렷한 대책 없이 농촌 국제결혼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자 '매매혼을 장려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매년 약 1천억원의 복지기금을 출연해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는 전국의 농협이 '다문화 가정 인연맺기'를 추진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농촌 이주여성의 안정된 한국생활 정착을 위해 진행된 이 사업으로 베트남, 필리핀 여성 등 매년 수십여명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또한, 현재 다문화자녀는 약 20만명이상으로 그중 특히 6세 이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학령기 다문화자녀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OECD 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사회갈등의 소지가 높아지고 사회통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다문화정책을 추진한지 약 10여년이 넘었고 분명한 성과도 있었지만 그 한계도 보였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단편적인 지원만 이뤄지다 보니 가족간의 갈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는 여지껏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는 유사한 폭행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정착 지원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고 여전히 부족한 심리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에서 결혼이주여성 수가 수만명을 넘어섰고 농촌지역의 혼인율도 10% 이상을 차지한다. 더이상 국제결혼과 다문화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이들의 자생력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민 역사가 앞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결혼이민자가족만을 위한 지원센터와 농협문화센터가 전국에 분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너무 협소한 시각으로 접근해온 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내외국인 구분 없이 세계인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함께하는 사회'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에게 사랑으로 먼저 다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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