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이상명 충북과학고등학교 교사

얼마 전 1년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7월 2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충북과학체험관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만져보고 조작해보고, 즐겁게 뛰어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체험하는 전시물 주변에는 해당 전시물의 과학적 원리나 이론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장문의 글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Play Science'라는 슬로건이 과학체험관 입구에서부터 보입니다. 이번 충북과학체험관의 현대화 사업은 아이들에게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체험'을 제공해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체험이나 놀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체험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체험을 하고 난 후에 그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짜 배움은 그때부터 일어납니다. 책으로만 지식을 깨우칠 수 있던 예전과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어떤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을 때 그것을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하여 해소하는 방법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에 게시된 동영상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아이들이 많이 있지요. 현재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만큼 인터넷 사용이 매우 익숙하며 그것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습득하고 있습니다.(물론, 인터넷의 콘텐츠 중에는 잘못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과학적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만 한다면 인터넷을 통해서든, 책을 읽어보든, 어른들에게 질문을 하든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당 현상에 대해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며 자신만의 배움으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 공부는 강요에 의해서 시작된 학습보다 훨씬 더 오래 남고 아이들도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역할은 아이들이 해당 과학적 현상에 대해 관심이나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계단을 놓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명 충북과학고등학교 교사
이상명 충북과학고등학교 교사

과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해 온 과정도 아이들이 하는 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그 현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 왜 그럴까라고 생각해보는 게 그 첫 단계일 것이며, 기존에 관련된 이론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학습하고,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나만의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실험을 통해 설명 체계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위인전을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구절로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아이들과 과학자들이 어떤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다음에 하는 일은 학문적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닙니다. 보통 어른들도 과학이라는 학문은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하는 일을 어른들이 하지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들을 조금만 더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가 과학을 하는 것이고 모두가 과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우리나라의 주역이 될 아이들에게 그런 호기심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지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교육기관, 지자체, 박물관, 과학관 등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과학체험부스가 매주 실시되며, 여러 가지 과학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인재가 되기를 바란다면 책상 앞에서 하는 과학 이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자연 현상을 경험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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