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창식 충북과학고

성인이 되어 돌이켜 보면, 방학을 맞는다는 것은 설레고 즐거웠다. 토요일 반일과 일요일 종일의 휴일에 비하면 굉장한 기간이다. 황금 같은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을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방학의 절반이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방학의 정점을 지나면 갑자기 우울해진다. 이때부터는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가슴을 쥐어뜯는 허탈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설렘과 허탈의 점철로 방학이 끝나곤 했다. 굉장한 휴일 동안 굉장한 가치를 만나보지 못하고 종료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폭염과 장마가 교차하는 여름. 자녀가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가정에서 생활하게 된다. 자녀에게는 새로운 기회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모로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자녀에게 사회적 능력을 경험하게 하면서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임을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방학을 겪어온 성인으로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회적 자연적 현상을 경험하도록 학생에게 자유를 주는 역할도 있고, 학기 중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고 다음 학기에서 배울 것을 선행하도록 학원으로 보내는 역할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부작용은 있을 것이다. 자녀는 가치관이 정립된 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자녀에게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생각하는 기간이 되기를 권하고 싶다.

자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본 적이 있는가. 감수성이 예민한 자녀가 가족과의 대화보다 텔레비전과 게임과 스마트폰에 몰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밤늦은 시각과 혼자 있는 휴일에 자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지켜본 적은 있는가. 일이 고달프다고, 밖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다고 자녀에게 거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지어 자녀의 대화를 묵살한 적은 없는가. 자녀의 인격을 꾸짖는 일은 없는가.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만능인간은 없다. 개개인의 특성이 있고 소질이 있고 특기가 있다. 소질과 특기를 파악해야 할 사람은 일차적으로 부모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자녀를 만능인간으로 만들려고 어린 시절부터 갖가지 사교육에 과잉열성을 쏟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자녀를 혹사시켜 자율적 인간보다는 타율적 인간으로, 그리고 마마보이로 만든다는 사실을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분홍빛 금붕어를 기르고 싶은 자녀의 어항에 초록빛 열대어를 기르도록 강요한 적은 없었던가. 분홍빛 금붕어든 초록빛 열대어든 다양하게 기를 수 있도록 어항에 맑은 물을 넣어주는 역할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자녀는 부모의 애완물이 아니다. 자녀를 소유하려 해서도 안 된다. 자녀를 부모의 생각이나 관점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사람이다.

가정에서 대화의 가치를 생각해 볼 때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을 하나씩 배워 온 우리 조상의 밥상머리 교육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밥상은 예절, 나눔, 절제, 배려의 예절을 배우는 곳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인성이 바르게 자라는 첫걸음은 가족이 함께 만나는 밥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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