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국장 겸 충북북부본부장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에 동충주역 신설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조길형 충주시장이 "충북도의 권고에 따라 동충주역 유치운동에 나섰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충북도와 집권당이 추진을 반대하면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조 시장의 뜬금없는 이같은 발언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가 최근까지도 동충주역 신설 문제를 거론하면서 "추진을 방해하는 세력을 끝까지 찾아내 응징하겠다"며 날을 세웠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동충주역 신설 추진을 충북도가 권고했다는 근거로 충북도가 지난 5월 1일 충주시에 보낸 공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도가 이 공문을 통해 '동충주역 신설을 정부에 건의할테니 충주시도 적극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민간협의체와 추진 중인 동충주역 유치운동은 이같은 도의 공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주시가 동충주역 신설 추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특히 "(나는)경찰 출신으로 위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고 한술을 더 떴다.

그가 지칭한 '위'는 충북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결국은 충북도가 동충주역 신설을 권고해 추진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 충주시는 이보다 보름정도 전인 4월 16일 충북도에 먼저 공문을 보내 "동충주역 신설과 노선변경을 적극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결국 도가 보낸 5월 1일자 공문은 충주시의 건의에 대한 답변으로, 도는 이 공문을 통해 "철도건설사업은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국가가업으로 귀 시의 건의내용이 정부사업계획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귀 시에서 정부 측에 사업계획 반영 필요성을 적극 건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는 충주시의 건의가 정부사업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 측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도는 충주시가 건의한 사업을 정부에 건의할테니 충주시가 직접 나서 주무부처를 설득하라고 시에 주문한 내용이다.

조 시장은 이같은 정황을 알면서도 일부 문구만을 들어 마치 도가 주도적으로 동충주역 신설 추진을 충주시에 권고한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동충주역 신설 추진에 대한 책임을 충북도로 떠미는 모습으로 비겁하고 치졸한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특히 "(나는)경찰 출신으로 위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한다"고 그가 말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책무를 망각한 자기모순이나 다름없다.

스스로 정책에 대한 판단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나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은 오롯이 자치단체장의 몫이다.

자치단체장은 시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공무원들과 긴밀히 검토하고 협의해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이제와서 위(충북도)로 책임을 떠미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많은 사람들은 경찰 출신인 그에게 정직하고 참신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그가 두번의 선거에 어렵게 출마해 성공한데도 이같은 이미지가 도움이 됐다.

하지만 동충주역 문제를 놓고 보이는 조 시장의 모습은 별로 정직해 보이지도 않고 참신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말장난에 능한 정치꾼 정도로 비쳐진다.

조 시장이 두번의 어려운 선거를 치르면서 단지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터득했다면 큰 실망이다.

정치인에게 최고의 덕목은 진정성이다.

그가 더 이상 자기모순에 빠져 들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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