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정가 내년 총선과 천안시장 재선거 동시 실시에 촉각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구본영 천안시장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역 정가는 일제히 내년 총선과 재선거 동시실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구 시장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천안시에는 레임덕이 우려되고 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26일 판결선고를 통해 구본영 천안시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2000만원의 원심을 유지했다. 구 시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인정받았다.

구 시장은 2014년 5월 19일 천안시 두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부터 현금 2천만원이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직접 건네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 구 시장은 후원금 한도를 넘어선 사실을 알고 돌려줬기 때문에 부정수수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처럼 후원금 지정권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직접 후원금을 반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구 시장은 선고 후 즉각 상고의사를 밝혔다.

구 시장에게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지역 정가는 내년 4월 총선에 천안시장 재선거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치기 시작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시장출마 가능주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파국은 민주당의 독선과 구본영 시장의 권력욕이 함께 빚어낸 참혹한 인재다"면서, "구본영 천안시장은 하루속히 사퇴하고 민주당은 천안시장 재선거 발생시, 선거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천안시장 무공천으로 시민들께 속죄하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법조계에서는 재선거 가능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신중론을 택하고 있다.

재선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 시장에 대한 벌금형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물리적으로 2020년 3월 15일(선거일 30일전) 이전에 마무리돼야하기 때문이다.

구 시장의 재판은 그동안 신속하게 진행돼 왔다. 1심에서는 2018년 9월 17일 첫 재판이 열리고 판결선고(2019년 1월 16일)까지 4개월이 소요됐다. 2심은 2019년 4월 17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판결선고(2019년 7월 26일)까지 3개월을 조금 넘겼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신속한 진행을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정치자금법 위반)을 받은 혐의로 2015년 기소된 구본영 시장의 캠프관계자 2명에게 2017년 2월 항소심에서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지만 상고 이후 대법원은 법리 쟁점 검토, 관련 법리 종합 검토 등의 이유로 29개월간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천안시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유지할 수 없다.

구본영 시장과 천안시 정책보좌관(1인)에 대한 변론을 모두 동일한 국내 대형로펌이 맡고 있어 대법원 판결 시간끌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더욱이, 민주당 입장에서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는 재선거를 막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대법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내년 총선과 천안시장 재선거 동시 실시는 아직은 안개속이다.

천안시장 재선거가 내년 총선과 동시에 실시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구 시장이 정치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천안시 내부에서는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 시장은 항소심 판결 이후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구 시장은 29일 오전 8시 국장급이 참여하는 간부회의로 판결 후 첫 주 일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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