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作 신선암
장영주 作 신선암

영동은 신령스러운 선경과도 같은 지명과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오래전 영국사가 있는 천태산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 용의 모습을 발견하고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기(氣)를 막 터득하기 시작한 터라 그러한 초감각이 사람에게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행운의 발견이었다. 풍부한 수량으로 유유히 흐르는 비단강 상류를 바로 옆에 끼고 드넓게 펼쳐지는 영동군의 송호 국민 관광단지의 주인은 수령이 백년 이상 되는 소나무들이다. 안개 자욱한 아침, 그윽한 솔향기를 맡으며 맨발로 송림을 헤쳐 가며 대기와 하나 되는 자연치유를 체험하면 심신이 날아 갈 듯이 삽상해 진다.

이곳은 보통관광지가 아니라 치유를 위해 특화돼 가족단위, 청소년 심신수련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주변에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강선대와 승천하려던 용이 선녀가 목욕하는 것을 보고 반해 그만 추락했다는 용 바위, 강 한켠에는 그림 같은 여의정이 있다.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웅장한 국조전과 놀랍게도 큰 국조 단군상이 건립돼 있다. 선조들의 신선도 정신을 이은 홍익생활종교 선교(仙敎)의 총본산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민족의 참 정신을 찾아 속속 모여 들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영동의 주변 일대가 교육과 수행의 터전과도 같다. 심천 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난계 박연 선생(1378~1458년)의 초가삼간 생가가 복원돼 있다.

북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잠시 따라 가면 왼쪽으로 좁은 산길이 나온다. 어디선가 대금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질 듯한 계곡을 따라 들어간다. 돌연 폭포가 나오고 마치 학들이 날아들 듯 하니 기도처이기도 하고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줄이어 찾아들었다. 옥계폭포이다. 폭포 앞의 정자에는 과연 춤추는 학과 피리 부는 악사의 모습이 조성돼 있다. 옥 주렴처럼 쏟아지는 폭포가 꼭 여성의 음곡과도 꼭 같아 오히려 경건해 진다. 젊은 날, 수 십 번을 장마철 여름에도 꽝꽝 얼은 겨울에도 몸을 담그었기에 주변 경계를 속속들이 안다.

폭포 위에는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이라도 할 만한 두어 길 깊이의 맑은 바위웅덩이가 있어 마치 사람의 방광과 같다. 그 길을 타고 오르면 좁은 계곡이 구불구불 창자처럼 이어지고 배와 가슴이 열리듯이 공터가 나온다. 그 위쪽 끝으로는 피리 부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 천모 산이 있고 먹거리가 들어오는 입이 될 만한 곳으로 버스길이 열려 있다. 양 옆으로는 팔처럼 산맥이 놓여 있고 폭포 아래로도 양쪽으로 다리형상을 한 산이 이어지고 발모양의 산도 솟아 있다. 볼수록 신기한 지형이고 '이런 것이 명당이지!' 라는 느낌이 훅 다가온다.

폭포 아래엔 '폭포가든'이 있어 미소 띤 얼굴이 밝고 몸놀림이 바른 식당 식구들이 건강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 옆의 '마고까페'는 선녀 같은 여주인이 직접 드롭한 커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기운 좋은 곳의 선남선녀들이 제공하는 다반에는 알게 모르게 힘찬 에너지가 내장 돼 있었다. 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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