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아래 홀로 술을 / 이백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함께 할 이 없어 혼자 마신다
잔 들어 달을 불러오고
그림자 더불어 세 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몰랐고
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 따라 움직일 뿐
그런대로 잠시 달과 그림자 데리고
이 봄 가기 전에 즐겨 보세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 소리 없이 나를 따른다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겠지
아무렴 우리끼리의 우정 영원히 맺어
다음번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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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우리는 값이 싸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산책을 하면, "아, 참 신발이 무척 싸고 편하네" 감탄을 한다. 세상이 모두 제 것 같다. 달과 별도 그렇다. 1969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이글호가 '고요의 바다'라고 명명한 달 표면에 착륙해, 7월 20일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이백은 그보다 훨씬 전에 구슬치기 잘하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처럼 달을 데리고 놀았다.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몰랐고/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 따라 움직일 뿐" 이라는 대목에서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처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올해는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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