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어느 대학이든 졸업생들의 취업을 걱정한다. 취업률을 올리라는 대학본부의 성화에 못 견디겠다며 아우성이다. 취업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공학 분야가 그나마 전체 취업률보다 5%정도 상회하는 67.7%였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올라가기 힘들 것이다. 그것도 우리의 기술이 경쟁국들에 비하여 뒤처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을 걱정하지만 기업은 특정 분야에 투자하고 연구 개발 조직을 신설하려는데도 필요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이다. 대기업도 그렇고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기술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작은 기업의 경우는 비이공계 출신 인력이 맡아서 경험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물론 이런 데에는 중소기업 경시 풍조가 한몫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기에 그렇다.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대기업의 성장으로 수출을 주도하여 한국 경제를 견인한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인공지능(AI)을 이야기 한다. 이미 자율 주행차가 시내를 주행하는 나라도 있다. 중국이 빅데이터 강국이라고 한다. 중국의 연구자들에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제약이 없다. 우리는 쌓여있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제가 큰 장벽이다.

지난 정부는 대학에 무조건적인 정원 감축을 요구했다. 국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았다. 재정지원을 내세우며 학과 통폐합을 강요하고 정원을 줄이는 곳에 평가 점수를 높게 주어 국립대학조차도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도록 했다. 우수한 대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한국의 출산율 저조로 취학 인구가 줄어들어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예측되기는 했지만 당시 정부는 일괄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게 하는 손쉬운 정원 감축 정책을 집행했다.

미래의 인력 수급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대비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못하고 추진했기에 지금의 4차 산업혁명과 AI 관련 인력의 폭발적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컴퓨터 관련학과의 60명이었던 정원이 같은 규모의 유사학과와 통합하고 감축을 반복하면서 절반으로 줄어든 경우도 있으니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AI 인력을 감축한 꼴이며 정원 조정의 실패라 아니할 수 없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일본의 반도체 산업 관련 소재의 수출 규제로 우리 기업이 곤란을 겪고 있다. 소재 산업과 기초 산업의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하는 경우이다. 그간 우리의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비율은 2009년 3.29%에서 2017년 4.55%로 증가했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이다. 기업부문은 2.45%에서 3.62%로 늘었지만 정부는 0.48%에서 0.55%로 소폭에 그쳤고, 고등교육은 0.37%에서 0.39%로 5천분의 1만큼 증가했다. 그나마 대학원은 교수 연구프로젝트 수행으로 사정이 나은 곳도 있으나 학부의 실험실습비용은 10년 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인력 수급 정책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우수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인재육성투자에도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선해야 하는 일이 필요한 인력의 양성이고 연구개발투자다. 기술 개발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많은 기술 인력 속에서 세계적인 전문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그 저변 인력이 얼마나 많으며 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인재 육성으로 부국강병을 이루어야 하는 나라다. 당장 이공계 정원을 대폭 늘리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후손들이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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