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조절해도 답 없어… 공장 멈춰야 할 판"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일단 살고봐야죠. 재고만 쌓여가는데 공장가동이라도 멈추는게 우선입니다."

청주 옥산의 산업용품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쌓여만 가는 재고물품들을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온다. 산더미 같은 재고물품 위에 쌓인 먼지는 이 물품들이 오랬동안 방치됐음을 알 수 있다.

A씨는 지속적으로 쌓여가는 제품에 제품 생산량 조절에도 나서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직원들의 여름휴가를 핑계로 공장가동을 멈춰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A씨는 "과거에는 거래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총력기간을 설정하거나 주말도 반납한채 특근을 할 정도로 잘나갔다"며 "요즘은 창고에 쌓인 재고물품을 볼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장이라는게 365일 연중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직원들의 여름 휴가를 장려하고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충북 증평의 B식품제조기업 역시 쌓여가는 재고물품에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이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품의 특성상 '유통기간'이라는게 존재하기 때문에 오랜 방치는 결국 손해"라며 "생산량 조절을 위해 생산직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충청지역의 기업들이 쏟아지는 재고에 '패닉'에 빠졌다. 경기불황의 장기화 및 내수침체 등으로 거래량이 줄면서 재고가 산더미 처럼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품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이 마저도 일시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미봉책일 뿐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31일 충청지방통계청의 '충청지역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충북도내 생산자 제품제고는 전년동원대비 46.3% 증가했다.

특히 식료품,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 전기장비 등의 업종의 재고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식료품은 156.4%로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은 38.8%, 전기장비는 22%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속가공(-8.3%), 기계장비(-10.2%), 가구(-35.7%) 등은 줄었다.

이중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과 기계장비는 생산 및 출하량을 조절했지만 재고량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의 생산과 출하은 지난해 대비 -5.7%, -15.6%로 집계됐으며 기계장비의 생산과 출하 역시 -37.3%, -36%로 지난해 대비 생산·출하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식품의 경우 특성상 제품 생산 및 출하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의 생산은 지난해 대비 18.1%, 출하는 17.3% 늘어났다.

여기에 지역의 대형소매점의 판매도 하락세를 띄고 있다.

6월 도내 대형소매점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5.7% 감소했다. 업태별로 대형마트는 전년 동월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별로 가전제품은 28.3% 증가했지만 신발·가방은 -17.1%p, 화장품은 -7.1%p를 기록하는 등 소비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속에 지역의 기업들은 체감경기 역시 나쁘다고 응답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에 따르면 충북지역 제조업의 7월 업황 BSI는 60으로 전월대비 10p 하락했으며 다음달 전망 역시 55로 전월대비 9p 하락했다.

비제조기업 역시 업황BSI는 56으로 전월대비 10p, 전망은 55로 9p 크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황BSI는 각 기업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업황을 조사해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많은 것이다. /이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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