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고문·유원대 새로운시니어연구소장

리더의 그릇된 선택은 조직의 진퇴를 좌우한다. 국가지도자라면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의 폐해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나라가 베네수엘라다. 우리나라가 IMF사태로 경제위기를 겪을 때인 1997년 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부국이었다. 1938년부터 막대한 양의 석유를 수출한 이 나라는 석유수출기구(OPEC)의 창립멤버였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 베네수엘라의 1인당 GDP는 스페인, 이스라엘보다 높았고 일본의 4배에 달했다.

하지만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으면서 나라는 기울어졌다. 국영석유업체를 사금고처럼 활용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며 업체 직원을 7년 사이에 3만 명에서 8만 명으로 늘렸다. 국민들에게는 끊임없이 퍼주기식 정책으로 환심을 샀다. 국가경제는 파탄이 났지만 눈앞의 달콤한 이익에 취한 국민들은 차베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3선에 성공했다. 차베스를 이어받은 마두로 정권하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망명하거나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고 있다.

포퓰리즘은 마약과 같다. 국민들이 이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단기간에 국민의 환심을 사고 선거에서 이기려면 포퓰리즘만큼 약발이 잘 받는 정책을 찾기 어렵다. 총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 역시 국가채무를 늘려서라도 재정을 확대해 포퓰리즘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 좌파정부 처럼 국민혈세로 공공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문케어 정책을 추진하고 탈원전과 태양광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예산 3조의 '일자리안정자금'을 투입해 민간 임금을 보전해주고 있다.

정부가 포퓰리즘에 앞장서자 이번에 광역자치단체장들도 경쟁적으로 선심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충북도와 전남·북등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에서 '농민수당'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농민이라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연 60만원의 현금성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보상해 건강한 농촌을 만들고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할 수 있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이 있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지만 타지자체가 한다면 무조건 따라 간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고문·유원대 새로운시니어연구소장

지자체의 현금복지 경쟁은 우려스러울 정도다. 청년수당과 출산장려수당도 역풍을 받고 있다. 청년 디딤돌카드+(플러스), '사회진입 활동비', 청년 기본소득 등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최대 300만원씩 주고 있다. 황당한 것은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구직 이력이 있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곳도 있다.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도 마찬가지다. 초저출산국가인 만큼 출산가정에 지원은 필요하지만 중복되거나 과도한 지원으로 지자체 재정만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다고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자체가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하다하다 이젠 경기도 안산시처럼 대학등록금도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돈을 주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현금복지는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중단되면 부메랑처럼 돌아와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힌다. 그런데도 자치단체장들은 포퓰리즘의 망령에 사로잡혀 현금을 퍼주고 있다. 이러면 지방재정이 남아날리 없다. 정작 필요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현금복지사업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선의로 포장된 메시지와 현금복지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는 자치단체장들은 곳간이 열악해도 멈추지 않는다. 충북도의 재정자립도는 30%로 낮아졌지만 퍼주기식 정책엔 늘 앞장서왔다. 빈약한 재정에도 내 임기동안만 좋으면 된다는 이른바 핌투(PIMTOO)현상이 판을 치고 있다. 지도자와 정치인을 잘못 뽑아 서민들이 고통 받고 나라와 지역이 역주행하고 있는 것은 꼭 남의 얘기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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