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성은숙 오송유치원

오송유치원 학부모 동아리 재능기부 활동 모습. / 성은숙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제공

지난 6월에는 20여 년 전 가르쳤던 유치원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났다. 그동안 서신과 SNS로만 마주하며 간간히 소식을 이어갔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흘러간 수많은 시간이 책 장 넘기듯 휙 지나간 것 같았다. 서로들 변한 것이 없다며 두 손을 붙잡고 한참을 뛰면서 좋아했다. 이젠 어엿한 대학생과 직장인이 되어 자신의 일을 꿋꿋하게 해내는 멋진 청년들이 되었다. 잘 자란 아이들도 고마웠지만 원생이 20명도 안 되는 작은 시골 학교 병설유치원의 일을 자신 일처럼 아끼고 챙겨주신 학부모님들을 다시 만났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 늘 유치원 일에 긍정적으로 호응해 주셨고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시는 협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든든했다. 매월 열리는 학부모 교육시간에는 대부분 모두 참석하셨고, 학기마다 하는 대 청소, 교육 자료 제작 등 봉사활동도 해주셨다. 모두 다 교사 혼자서 끙끙거리며 해내야 할 일들이었다.

유치원에서의 교육은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잘 어울러져야만 실현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동안 강조되었던 유치원- 가정과의 연계를 넘어 마을과 지역사회를 포함하여 교육의 질과 폭을 넓히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학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마을)가 연계된 '교육 공동체' 모형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결국 교육은 기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계하여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협력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유치원에서도 이런 교육의 틀을 확장시키고 교육의 참여기회를 확대한 사업으로 '학부모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다도, 요가, 생활 공예, 동화 구연 등을 원내 학부모 뿐 아니라 예비학부모, 마을 내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였고 올해는 학부모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다도와 동화구연을 운영하고 있다.

성은숙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성은숙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동화구연 동아리는 지난해에 결성되었고 격주로 모여 동화구연을 익히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교육기부를 하고 있다. 작년 동화구연을 처음 접하셨지만 연습과 연습을 거듭하며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척척 읽어주셨다. 2학기 말에는 애니메이션 나레이션을 맡아 성우보다 더 멋진 실력을 뽐내는 공연도 했다. 올해는 회원이 더 늘었다. 여름 방학식 날에는 안전교육을 위한 노래극을 멋지게 선보이셨다. 노래극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율동과 소품을 만들며 학교 다닐 때 학예회 준비하듯 신나셨지만 한편으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하셨다. 처음에는 모두 모르는 사이였던 회원들은 점치 한 가족처럼 하하 호호 웃으며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재능은 다르지만 함께 어울리면 하나가 될 수 있고 더 나은 에너지를 얻는 행복한 배움이 있는 동아리이다. 무대 위에 올라 간 학부모들을 보며 아이들은 프로극단 왔을 때보다도 더 큰 환호를 보냈고 발표 내내 눈을 떼지 않았다. 마지막 무대에서 모든 아이들이 학부모님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노래도 부르며 율동을 따라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하였다. 무대가 끝난 후 아이들과 교사들은 기대 이상의 뛰어난 실력과 노고에 감사하는 박수를 끊임없이 보냈다. 학부모들은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지만 누구하나 힘들다는 말이 없었다. 그저 서로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열심히 연습한 학부모님들, 오리고 자르며 도와주신 원장, 원감선생님, 오가며 함께 배경을 만든 선생님들, 신나고 재미있게 봐준 우리 아이들, 누구하나 고맙지 않은 분이 없다. 그래서 모두 행복하고 즐겁고 그 즐거움은 우리에겐 보람을 갖게 한다. 이게 바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우리 오송유치원 교육공동체의 모습이다.

유치원 교육과정은 2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고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도 달라졌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 교육에 참여하든 중요한 것은 '함께 더불어 즐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존중과 신뢰의 에너지를 얻고 교사는 학부모를 배려하고 이해할 때 아이들은 그 속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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