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현대인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넘침'에 있는 듯하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함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서 쇼핑을 하고 도로 위에 포르쉐 자동차가 즐비한 나라, 모든 국민에게 매년 1억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주거와 교육, 의료비가 모두 공짜인 나라, 과연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할까? 있었다. 바로 오세아니아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나우루 공화국이다. 인구 1만 명 정도에, 울릉도의 1/3 크기의 이 섬나라는 인광석이라는 희귀자원이 풍족해 198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가는 부자나라였다.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였던 이 섬에 오랜 세월 쌓인 새똥이 산호층과 배합돼 인광석이 됐던 것인데 이 나라는 이 돈을 국민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인광석 채굴도 외국인이 하고, 모든 가정에는 가정부와 집사를 고용했으며 심지어 공무원들까지도 외국인들로 고용했다고 한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그 상태로 30년이 지나자 나우루 공화국 사람들에게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종돼버렸다. 결국 국민의 80%가 비만에 시달렸고 2003년 채굴량이 줄어들면서 인광석 또한 결국 고갈되었다. 가난해진 국민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놀고먹던 국민들에게는 나태함과 무기력만 남았다. 더구나 무리하게 땅을 파헤쳐 섬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섬이 통째로 가라앉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풍족함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행복의 비결은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노력하는 소소한 일상의 과정 속에 놓여있는 것이다.

잔의 70% 이상을 채우면 술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는 계영배(戒盈杯)가 있다.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의 이 잔은 과욕 하지 말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것이다. 오늘의 우리도 지나친 욕심과 넘침은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을 교훈으로 되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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