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 연구소

초여름 어느 날 우리 집 베란다에 터를 잡은 문주란 잎이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 며칠 후에는 치자나무와 야영화 꽃나무 잎이 늦가을 단풍잎 떨어지듯 해서 안타까웠다. 예사롭지 않은 불길한 예감에 화초를 유심히 살폈다. 나무줄기와 잎에 이름 모를 작은 벌레가 즐비해 기겁했다. 화초의 이상을 초기에 면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건성으로 넘겨 병충해를 건강한 화초까지 전염시켰다. 병충해로 몸살을 겪는 나무를 격리시키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다.

해마다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향으로 소소한 기쁨을 줬던 화초들의 고사(枯死)가 염려되었다.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앓고 있는 화초 줄기와 잎 앞면에 퇴치 약을 흠뻑 뿌려주었지만 차도가 전혀 없었다. 베란다의 모든 화초와 잎 뒷면까지 약을 꼼꼼하게 뿌려야 된다는 식견이 없어 화초를 고생시켰다. 퇴치 약을 한 병 더 사는 값을 치르며 병충해 퇴치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모든 화초에 퇴치 약을 세심하게 살포한 후 병충해가 잦아드는 기미가 보였다. 처음 발생했던 문주란 줄기를 통째로 잘라 주는 처방을 내리고 착수했다. 며칠이 지나자 문주란과 치자나무, 야영화 나무에서 앙증맞은 새잎이 수줍은 듯 돋아났다. 야영화가 보라색 꽃망울을 맺고 불꽃놀이 하듯 향기를 내뿜으며 병충해 공격에서 벗어났음을 자축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농작물은 적기에 잡초를 뽑아주고, 거름을 주고, 병해충 퇴치 약을 살포해주는 주인의 정성으로 큰다는 의미다. 이렇듯 마음도 스스로 보살피고 헤아리는 마음 챙김의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그런데 '단위 면적당 돈이 가장 많이 투자되는 곳이 여자의 얼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마음보다는 외모를 치장하고 겉치레에 치중하며 산다. 마음을 왜 챙기고 살아야 되는지 모르다보니 마음 챙김에 인색하고, 순간순간 마음과 감정을 느끼며 사는 일에도 서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마음에 대해 최광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정비소로 보낸다. 몸이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유독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없다. 우리 몸이 아무리 복잡할지라도 사람의 마음만큼 심오하고 섬세할 수는 없다. 열 길 물속을 아는 것보다 몸 속 한 뼘 안에 자리 잡은 우리 마음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몸에만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도 병이 든다. 마음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 건강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감정, 사악하고 나쁜 생각과 행동으로 아프고 병들어간다. 마음에 병이 들면 화초에 병충해가 급속하게 퍼지듯 부정적인 감정,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이 자신과 타인의 삶에 파고든다. 병충해를 퇴치하지 못하면 화초를 고사시키듯, 마음의 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작은 구멍에 둑이 무너지듯 삶이 뒤틀리고 뒤죽박죽된다.

마음이 병들면 어김없이 삶이 무기력해지고 녹슨다. 법정 스님은 "우리 모두는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죽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다. 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 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고 말했다. 마음의 병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인식하는 성찰의 시간과 마음의 주인으로 사는 실천의 삶속에서 치유되고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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