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충북교육이 실패가 뻔히 보이는 졸속행정으로 학부모들의 화를 부르고 있다. 민감한 교육현안이 학부모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무리하게 강행되다 번번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교육지원청은 매년 반복되는 원거리 배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2020학년도 청주시 중학교 학교군(구) 조정' 작업을 서둘러 추진했다. 올해 먼 거리에 위치한 중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이 통학의 불편함을 호소하자 지난 3월 같은 학군 내 전학을 허용한데 이어 학군 조정 작업까지 급하게 진행했다. 학생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은 교육청이 해야 할 당연한 업무이지만 문제는 준비 안된 일방적인 행정이다.

청주교육지원청은 지난 4월 학군 조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하지만 준비없이 추진하다보니 연구용역 예산 2천만 원이 없어 충북교육정책연구소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진행했다. 학부모 의견수렴도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필요해 뒤늦게 초등 6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고등학교 배정은 3년을 다녀야하는 문제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현안 중 하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뒤늦게 실시한 설문조사 이외에 이번 학군 조정과 관련, 학부모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과정이나 별도의 노력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22일 열린 학부모 설명회조차 여름방학을 목전에 두고 급하게 추진돼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졸속행정의 이유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개된 연구 용역결과, 청주 중학교 학교군 조정 계획 최종(안)은 결국 뭇매를 맞았다.

이 안에 따르면 현재 청주도심 기준 5개 학군에서 1개 학군을 늘린 6개 학군으로 세분화했다.

새 조정안에는 3학군이 추가됐는데, 서원중·복대중·솔밭중을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2학군에 있던 대성중·봉명중·송절중을 이동·포함시켰다. 이는 3학군에 속한 솔밭초, 강서초, 서촌초 학생들이 대성중, 송절중을 배정받을 수 있는 것으로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3학군에 대성중·봉명중·송절중을 포함시킨 이유가 다른 학군과의 학교 수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무리한 행정이란 지적을 받았다.

3학군 개편에 따른 통학시간 연구결과를 보면, 이 학군에 속한 서촌초에서 대성중에 배정될 경우 편도 버스통학시간이 1시간 4분으로, 왕복 2시간 넘는다. 솔밭초는 등교 통학시간이 51분이 걸리는데 도보로 28분 걸어야 한다. 청주교육지원청의 원거리 통학자 같은 학군 전학 사유인 대중교통 통학시 편도 40분 이상인 사례는 이 학군에서만 20곳이 넘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의문이 간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새로 신설된 3학군에 대성중·봉명중·송절중을 왜 포함시킨 이유가 3학군만 학교수가 적으면 특혜라는 지적을 받을까봐라는 대답이다. 또 솔밭초에서 대성중에 배정받을 확률이 0%라는 것이다.

올들어 청주교육지원청이 졸속으로 추진하다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된 일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사전 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가경초 학생 이전 재배치 계획은 학부모들의 갈등만 부추기고 결국 철회됐다. 이 때도 학부모들은 의견을 들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묵살 당했다.

공공기관이 들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사자성어는 졸속행정, 탁상행정이다. 충북교육은 현안을 추진할 때마다 과연 아이들을 위한 일인지 되새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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