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연극 '메시아의 탄생' 지옥의 문이 열리다를 보려고 대학로 스튜디오 76 극장에 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문학예술인협회 회원들과 함께 갔다. 연극내용은 맹신(盲信)으로 인해 상식의 잣대가 고장 난 사람들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고, 무작정 믿고 싶은 마음의 신도들이 모인 곳이다. 이 공연은 사이비 신앙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촌극과 사건들을 은유로 표현하고, 부조리한 현실 세계를 통렬히 파헤쳤다.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이 모두 기다려 온 '그분'은 과연 누구일까. 그런데 맹신은 맹종을 낳고, 진화하여 결국 광기와 광분으로 치달았다. 격렬한 논쟁과 이견으로 소란스럽고 분주함 속에서도 젊은 배우들과 중견 배우들이 세상에 선보인 격한 이야기들은 관객들에게 바르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 공연은 극단 '풍산'의 창작극으로 극작가 황대현이 연출하고, 경정호, 박상욱, 이 산, 박선미, 강신혜 등이 출연한 무대였다. 한편, 관객들은 3면에서 볼 수 있는 소극장 안에서 배우들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매력을 맛보았다. 이번 연극을 초대한 김일라역의 강신혜는 '많은 분들이 종교극이나 상징주로 생각하는데,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생각하며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출자는 이 연극을 통하여 개인숭배를 통한 사이비 종교가 어떠한 시대와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진리는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박제화 된 진리를 믿는 순간 개별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노예가 될 뿐임을 주장한다. 이 연극의 마무리는 가짜 메시아는 사라지지만, 거짓말은 여전히 유효하고 장사꾼들은 큰 이득을 기대하며 내일을 맞이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이번 공연에는 필자와 글쓰기를 공부한 창작사랑방 4기 회원들과 강종림 시인, 오유경 한성대 대학원 교수, 서영순 낭송가, 김아가타 시인, 조선집 사진작가, 정난희 낭송가, 신희자 낭송가, 강영숙, 최용란, 정명옥, 박나리 문인 등 20여명이 참석을 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서, 우리 협회 시니어들은 커피를 마시며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가끔 음악회에서 합창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원 전체의 호흡이다. 합창은 사회의 축소판으로 이번 공연도 젊은이들과 나이 먹은 연극인들이 시간 조절과 호흡이 중요했다. 연극 관람 후 뒤풀이에서 문학과 예술가들은 '문학이나 그림, 시낭송, 악기연주 등 작품을 만들 때, 원숙미와 감각을 겸비하고, 인간과 사회의 양면을 넓게 보면서 작품을 완성하자'고 했다. 그런데 나이를 넘어선 신 중년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미국의 정신의학자 마크 아그로닌은 시니어들이 잘 활동하는 이유가 '지혜와 회복탄력성, 창의성' 덕목 때문이라고 했다. 즉 인간의 뇌는 경험과 경륜이 쌓일수록 신경가소성이 지혜의 폭을 넓혀주고, 그리고 감정 조절의 대응력과 창의성까지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신 중년을 보내는 문학과 예술가들에게 '인생의 큰일은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사려 깊은 지혜임을 잊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시니어들이 문학, 영화, 그림, 음악, 무용, 연극 등 예술을 가까이할 때, 힘보다 사려 깊은 지혜를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자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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