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과 사회적 사실
팬덤과 사회적 사실
  • 중부매일
  • 승인 2019.08.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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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팬덤(fandom). 연예인 등 특정 인물이나 게임 등 어떤 분야를 탐닉(耽溺)하거나 열광하는 사람들이다. 단 이 사람들은 공간을 공유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런 사람들이 만든 문화 현상이기도 하다. 팬덤을 만든 사람들은 이 문화를 향유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 문화를 활용한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영토' 등을 뜻하는 'dominion'의 'dom'이 합쳐진 말이다. 'fanatic'은 라틴어 '파나티쿠스(fanaticus)'에서 유래한 말로, '신들린, 광신자, 신이 접한'의 의미다.

우리나라에서의 팬덤은 TV 등 영상매체가 발달하면서 시작되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연예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함께 가수나 배우 등 인기 연예인들에 대한 우상이 집단으로 심화하면서 새로운 문화의 형태로 팬덤의 양과 질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 팬덤의 시초를 가수 조용필의 '오빠부대'로 보고 있다. 조용필이 70세에 가까워도 이 팬덤은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팬덤을 활성화하는 것은 영상매체뿐만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역할은 그 이상이다. 이른바 온라인 소비 팬덤이다. 직접 가게에 가는 대신 인터넷을 이용해 앉아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한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와 유튜브(Youtube)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즐긴다. 이런 소비 팬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성공한 아이돌 가수가 BTS(The Bangtan Boys)다. 이들은 애초부터 TV, 라디오 등의 방송 매체를 통한 소비 패턴을 포기했다. 공식 팬클럽 ARMY가 팬덤을 주도했다. ARMY는 모바일로 굴절된 이 팬덤이 음악 유통의 문화임을 일찍 파악했다.

아날로그 소비문명은 이제 디지털 소비 문명, 즉 팬덤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팬덤 소비 형태에 주목한다. 이른바 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2018년 블룸버그가 발표한 중국인 최고 인기 브랜드 탑텐(Top ten) 가운데 7개가 중국 기업이다. 이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스마트폰 또는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기업과 서비스 브랜드다.

팬덤은 항상 공간적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인들이 탈영토화된(Deterritorialized) 인터넷에서 공동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집단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팬덤이 일반인들에게마저 강력한 영향을 주는 대중문화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소위 팬덤 문화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소집단 문화인 하위문화로 보고 있다.

이 팬덤은 사회적 사실(Social fact)이다. 사회적 사실은 개인들의 연합,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집단 내에 객관화되고 제도화된 규칙이며 구조적, 체계적, 문화적 구성물이다. 이처럼 사회적 사실로서 팬덤은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Emile Durkheim)은 '사회가 아닌 사회적 사실'이 사회학적 인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사실은 사회 구성원이 만들었지만, 그 구성원 밖에 존재하며(external), 강제성이 있으며(constraint), 보편적(general)이라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이 사회적 사실은 나 밖에 존재하지만 하고 싶지 않아도 따르게끔 만들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을 매개로 한 디지털 플랫폼은 정신 육체적 편리성을 넘어 두뇌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일시적, 장기적 팬덤은 주요한 사회적 사실로 자리잡으면서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몰고가고 있다. 어찌 보면 인류 자신은 목적지를 분실한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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