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사광을 통해 물질의 구조 관찰과 성질 분석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방사광가속기의 오창 유치 노력이 힘을 얻고 있다. 10여년만에 재도전에 나선 충북도가 꾸준히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소재산업에 대한 관심이 큰 힘이 되고 있다. 1조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그동안 정부에서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소재·부품산업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이미 유치작업 첫단계에 돌입한 만큼 보다 속도를 내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과제를 풀어나갈 시점이 된 것이다.

얼마전 충북도의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는 방사광가속기가 충북 오창에 들어서야 이유를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포항에 설치된 2기의 3세대가속기는 이미 포화상태다. 실험일수가 신청일수의 40%에 불과해 필요 실험의 절반도 소화를 못하고 있다. 이용자의 3/4가 수도권·충청권 등 비영남권이다. 이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금 당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의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배·부품산업을 빠르게 성장·육성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연구·생산활동의 기반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방사광가속기는 국가차원에서나 추진이 가능한 대형 연구시설로 원자·분자 등 물질구조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다. 미세한 고부가가치 융복합소재 개발이나 나노기술, 반도체용 정밀 소자, 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 반도체 생산 등을 위해 이용되는 시설이다. 특히 초정밀 거대 현미경 기능으로 바이러스 DNA 구조 분석, 극미량 화학성분 분석, 고해상도의 종양 촬영 등 바이오·의약분야의 획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 9기, 중국 3기, 대만 2기 등 경쟁국들에 비해 방사광가속기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과 산업적으로도 오창에 구축될 이유는 충분하다. 충북만해도 바이오기업 200곳, 반도체 90곳에 600곳이 넘는 화학기업이 있으며 신약개발 등 의약분야의 주요 기업체가 대부분 몰려있다. 인근으로 시야를 넓히면 대전권의 연구단지와 이천·용인·평택·아산 등의 반도체업체 집약, 경기남부의 바이오 관련기업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위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뤄지는 것은 경제를 넘어 상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들 산업계의 흐름에 비춰보면 지금도 늦었다. 그나마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둘러야만 하는 것이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과 관련해 정부는 2021년 대전에 중이온가속기 설치를 끝낸 다음에 검토해보자는 입장이다. 워낙 큰 돈이 들어가다보니 수요 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국가사업이라면 신중한 검토는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 예비타당성 검토를 시작한다 해도 실제 추진까지의 시간은 불가피하다. 결국 의지가 관건이다. 현재의 국가적 상황에 대한 전향적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고,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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