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전시장은 닫힌 상태다./ 연합뉴스
4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전시장은 닫힌 상태다./ 연합뉴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한-일 관계의 악화 속에 문화계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서 개최 중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회가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포함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를 지난 3일 돌연 중단했다.

이에 따라 예술계에서는 "정치와 문화는 분리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NHK 방송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이 이날 발표한 성명 내용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한 기획을 주최자가 스스로 탄압하는 것은 역사적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 될 것이다. 일방적 중단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도했다.

'표현의 부자유-그후' 전은 일본에서 전시하다가 취소되거나 중단 당한 작업을 모은 전시다. 시민운동가 유카 오카모토가 2015년 기획해 시작됐고 쓰다 다이스케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이 초대해 열렸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사진가 안세홍,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가 참여했다. '천황반대', '오키나와 문제' '강제징용 기림비' 등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일본 작가를 포함, 총 7명이 함께하는 전시로 8월 1일 개막해 10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와 관련한 질문에 "정부 주최 전시는 아니지만 문화청 보조금 교수 사업이므로 사실관계를 정밀히 조사해 대응하겠다"고 답한데 이어, 전시장을 방문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오무라 히데야키 아이치현 지사에게 전시회 중지를 요청했다.

김정희 충북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는 "예술은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예술로 표현해 정서적 배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며 "정치와 문화는 별개가 되어야 한다"며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물론 공적 자금이 들어간 부분이 있으니 정치인들은 전시를 중단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헌법학자이자 히토츠바시(一橋)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의 사카구치 쇼지로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과 비판이 일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시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이른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회 전체가 어딘가 불관용하고,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표현의 자유는 손상되기 쉬운 것이므로 한쪽으로만 치우친 가치가 세상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어디까지나 정치와 문화는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주최 측과 수개월동안 논의, 준비한 전시작을 철거하는 것은 부당하고 예술적 표현의 자유 침해이며 국제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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