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왔다 무더위·장맛비 생존에 큰 역할
수색에만 6천명, 적극대응으로 비극 막았다

지난 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근처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내 곳곳에 조 양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조은누리야 어서 돌아와서 같이 학교가자", "은누리야 제발 건강하게 돌아와 줘", "경찰, 군인아저씨들이 금방 찾아줄 거야 조금만 기다려"

조은누리 양(14)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국민 모두의 간절함이 전해지면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매서운 폭염과 저체온증, 해가 진 후 찾아온 어둠이라는 공포감을 견뎌낸 조양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달 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에서 실종됐던 조양은 "벌레가 너무 많다"며 어머니와 헤어진 후 11일 만에 극적으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마지막으로 조양의 모습이 확인된 무심천발원지 등산로 700m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7㎞ 떨어진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야산이었다. 조양은 극심한 탈수증상을 보이는 등 지쳐있었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점 등을 미뤄볼 때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조양이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장마와 폭염이 반복된 날씨가 꼽힌다. 방향을 잃고 산속을 헤맸지만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체내 수분공급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극심한 체력소모로 물을 먹기 위해 계곡 아래까지 내려가거나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장맛비가 생명수 역할을 한 것이다.

또 폭염으로 밤에도 비교적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면서 생존에 가장 치명적인 저체온증을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양이 실종된 곳은 산세가 험하고 계곡이 발달해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큰 폭으로 벌어진다. 하지만 낮에 지면을 달군 열기가 이러한 기온하락을 최대한 막은 것이다. 이는 발견 당시 조양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양을 최초 발견한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진)는 "바위틈에 몸을 쪼그리고 있었고 낙엽더미로 몸의 일부를 덮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체온증에 시달린 조양이 몸에 있는 체온을 유지하기위해 본능적으로 자기방어 행동을 한 것이다.

조양이 누군가 자신을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산속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산 아래에서도 조양 수색을 위한 '최대한'의 조치가 이어졌다.

실종사건을 담당한 청주상당경찰서는 조양이 사라진 다음날인 7월 24일 공개수사로 전환,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들어가는 한편 외부로의 이탈 가능성(범죄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이 일대를 지난 차량 50여대를 조사했다. 공개수사 전환으로 군과 소방,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잇따랐다. 군은 수색 3일차부터 37사단 장병을 투입한데 이어 실종 8일차에는 산악수색작전에 특화된 특공대와 기동대대를 지원하며 조양 찾기에 총력전을 벌였다. 또 민간산악구조대, 의용소방대, 지자체 공무원들도 수색에 참여했으며 자원봉사자 수백명이 현장을 찾았다. 이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색대원들을 위한 물품을 보내는 등 조양 생존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모였다.

이러한 국민염원이 모이면서 조양은 지난 2일 오후 2시 35분께 극적으로 구조된다. 이후 충북대병원으로 이송된 조양은 이곳에서 가족과 다시 만나 안정을 되찾고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조양의 상태는 양호한 편으로 미음과 죽을 먹으며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은 이르면 이번 주 중 퇴원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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