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누리야" 간절한 외침에 겨우 내뱉은 한마디 "네"

조은누리 양을 최초로 발견한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진)과 김재현 일병, 정찰견 달관이. /32사단 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수색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위해 산 중턱에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며 수색에 임했습니다. 정말 힘든 작전이었지만 조은누리 양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돼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발원지 실종현장에 투입된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45) 원사(진)과 김재현(23) 일병, 정찰견 달관(7·세퍼트)이는 2일 오후 2시 35분께 조양을 최초로 발견한다.

"사흘 동안 단 한 번도 발견동작을 하지 않았던 베테랑 군견 달관이가 보은군 방면 야산을 수색하던 도중 갑자기 앉아 자세를 취하며 멈춰 섰어요. 경사가 너무 심해서 주변에 풀과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단서라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박 원사 일행은 달관이가 멈춰선 곳에서 3m 떨어진 바위틈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은신처가 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위틈에 쪼그리고 있는 조양이 보였어요. 첫 느낌은 완전히 탈진한 모습이여서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죠"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박 원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양의 이름을 두 차례 불렀다.

"은누리야, 은누리야 두 번 이름을 불렀어요. 그러자 바위틈에서 조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죠.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너무 감동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조양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박 원사는 서둘러 겉옷을 벗어 조양에게 덮어줬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밤새 저체온증 등을 앓아왔을 것으로 추정, 체온유지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은누리 양을 최초로 발견한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진)과 김재현 일병, 정찰견 달관이. /32사단 제공

"옷을 덮어주고 난 다음 물을 조금씩 마시게 했어요. 물을 마시고 생기가 도는 조양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진짜 살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박 원사는 그 길로 조양을 업고 가파른 야산을 내려왔다.

"조양이 너무 지친 탓에 내려오는 와중에도 실신을 거듭했어요. 그래서 중간 중간 쉬며 꾸준히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저나 김 일병 역시 지칠 대로 지쳤지만 등 뒤에서 조양의 체온이 느껴지니 1초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박 원사 일행은 조양 발견 1시간 만에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마을방면으로 하산하게 된다. 그리고 10여분 후 도착한 보은소방서 소속 구급차에 조양을 태운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조양이 구급차를 타고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발견은 저랑 박 일병, 달관이가 했지만 군과 경찰, 소방 등이 한마음으로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 조양이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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