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안사고 안가요"…반도체는 대체품 찾기 '사활'

일본이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한 지난 2일 저녁 청주 성안길에서 충북3.1운동 대한민국 100주년 범도민위원회와 일본경제침규탄 공동대책위원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첫 촛불집회가 열고 있다. / 김용수
일본이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한 지난 2일 저녁 청주 성안길에서 충북3.1운동 대한민국 100주년 범도민위원회와 일본경제침규탄 공동대책위원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첫 촛불집회가 열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일본 정부는 지난달 한국의 첨단산업을 정밀 조준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물품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보복에 나섰다. 이어 지난 2일에는 기존 27곳의 백색국가(수출 우호국) 중 한국을 전면 제외시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처럼 최근 한달간 한국과 일본 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일본의 규제강화 1단계 이후 한달여가 지나간 현재시점에 대해 긴급 점검했다. / 편집자


◆일본 한국의 첨단산업 정밀조준...국내 반일감정 확산

일본정부는 지난달 4일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중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 3개의 품목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는 '1단계 수출규제'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신뢰가 깨진 한국과의 '수출관리 운용상의 재검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비롯된 정치·외교적 갈등에 경제역영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재료 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의 중요 산업 기반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양국 간 쟁점 현안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한국의 미래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전국적으로 반일감정이 확산 됐다. 각종 블로그나 SNS를 중심으로 '일본산 제품 불매 리스트' 등이 공유되면서 반일 감정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충청권에서는 지역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중소 마트까지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 수입맥주를 비롯해 사케, 스낵, 소스류 및 기타 잡화 등 일본 수입제품을 전면 판매 금지에 동참했다. 또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충청권 각 시군의회에서도 앞다퉈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규탄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반일감정'의 불씨는 불매운동을 넘어 정치, 사회 등 전반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백색국가 제외' 2차 수출 규제 강화

국내 반일감정이 거세지자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보복에 의도를 더욱 구체화했다. 일본의 그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에 대해 지난달 수출규제에 이어 '백색국가(수출 우대국)'에서 전면 제외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에는 일본이 27개국으로 지정해 왔던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한국 수출규제 관리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대조치 대상국을 철회했다"라며 "무역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은 경제산업성의 고유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공급망 악영향이나 일본 기업 악영향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안보 관점에서 일본 수출 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한국만 아시아에서 우대조치를 시행했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 영국 등 26개 국가와 함께 2004년 일본의 백색국가로 선정됐다. 화이트리스트로도 불리는 백색국가는 조건, 장벽 규제 제한 등에 대해 특정한 사유를 가진 대상에 한정해 차별적인 특혜를 제공하거나 접근을 허용하기 위해 만든 목록이다. 이들 백색 국가는 일보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제품 수출시 허가 절차를 우대해 왔다. 그러나 대상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서 양국간의 관계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로 1천112개 품목이 수출규제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82.8%), 반도체 웨이퍼(67.5%)와 같은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나 석유 화학제품 등 80여개 품목은 일본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한국과 일본이 동반 성장하면서 동북아 경제의 번영을 주도하는 동시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진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본의 수출규제 원상 복구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우리 경제계는 비상한 각오로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전방위로 확산 전망...대응책 마련 '분주'

이번 백색국가 제외에 따라 그동안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취급해왔던 국내기업들은 혼란에 빠졌다. 더구나 일본의 수출규제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 거래처를 변경하거나 산업 관련 부품의 국산화(자체개발), 국내 2차 공급자 물색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일본 소재·장비 등의 재고 확보와 대체품을 찾기 위해 지난달부터 전사 역량을 총 동원하고 있다. 특히 국산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국내 소재업체 뿐만 아니라 공정을 대체할 다른 소재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계열 반도체 소재 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최근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을 본격화 한다고 발표했다. SK머티리얼즈는 올해 말 샘플 생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솔브레인이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가 최근 삼성전자의 제품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 및 관계기관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등 주변국으로 거래처를 알아보는 한편 국내 자체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반도체 소재 및 부품 기술은 일본의 기술이 우월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 한국 수출규제 주요 일정

◆6월 19일
일본 정부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위자료 지급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

◆7월 4일
'수출규제 1단계'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면서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 우선 규제

◆7월 12일
한일 실무진급 접촉 논의 내용 놓고 한일 갈등 심화

◆7월 18일
일본의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대한 한국의 답변 시한일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7월 23~24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한국이 의제로 요청)
일본,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관련 자국 내 의견수렴

◆8월 2일
'수출규제 2단계'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전면 제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결
내주 중 공포 이뤄질 전망...시행시점은 이달 하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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