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논설실장

농촌은 물론 요즘에는 도시에서도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구조가 밀폐형인 아파트에 살아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은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존속이 어려울 정도로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산부인과 폐원이 잇따르고, 학교마다, 교실마다 학생수가 급감하는데서 절감한다. 이를 개선해보겠다며 국가가 나서서 해마다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지속될 뿐이다.

올해도 이 흐름에서 벗아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합계 출산율 전망치가 0.9명 언저리에 그친다. 지난해 1명 밑으로 처음 내려가더니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수인데 1명도 안된다면 한세대마다 인구의 절반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처럼 출산율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청년 취업난이다. 번듯하지는 않더라도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일자리없이 결혼을 하기도 어렵고, 어찌어찌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꿈같은 얘기가 되는 세상이 요즘 우리나라인 것이다.

4년여 가까이 줄어드는 출산율 이면엔 8년째 감소하는 결혼이 있다. 물론 취업난외에도 개인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경향도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핵심은 돈이다. '결혼은 안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20대의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출산은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아동수당을 주고, 양육수당을 확대해도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성과도, 기대도 없는 곳에 돈을 처바르고 있다. 아동수당 10만원에 애를 더 낳겠다는 젊은 부모가 과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 궁금할 뿐이다.

저출산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고령자 부양 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줄게되고 이는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시작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의 근본원인인 청년 취업난과 관련해 암울한 소식이 더해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 3명 중 1명은 놀고 있고, 첫 일자리를 구하는데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그나마 취업자 절반가량의 첫 직장 월급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150만원도 안되고,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가 첫 직장인 경우가 5명 중 1명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통계청의 올해 5월 조사 결과인데 가히 충격적이랄 수 있다.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첫 직장과 관련된 것인데 취업청년중 첫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3명중 2명이 넘는다. 근속기간은 1년반도 안되고 퇴직자 절반가량은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때문에 그만뒀다. 시간제 등 불안한 고용에 월 150만원도 못번다면 항상 그만둘 준비가 되어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 청년들의 처지가 이런데 몇푼의 수당을 내세워 결혼을 독려하고 출산을 권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취업준비생만 계속 늘어나는 사회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수 있도록 일정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경제 전 분야의 위축 등 파장을 감수하면서까지 최근의 급격한 인상을 우리사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청년고용 상황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 아예 최저임금도 안되는 급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이게 다 무슨 얘긴가'하지 않겠나. 더구나 그 최저임금 협상안이라는 게 주먹구구로 산정된 것이라고 하니 청년들로서는 최저임금을 믿을 수도, 안 따질 수도 없는 삶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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