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예송합니다." 예송하다는 말은 '순수 예술이어서 죄송하다'라는 줄임말로 예술인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다. 왜 예술이어서 죄송하다고 해야할까?

'예술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대부분 관련 전공을 선택하고 공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충북에서는 그럴 통로조차 좁아져 어떻게 해야할지 길을 잃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나마 순수예술 전공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대상이 학교, 학원, 대학 등 주로 인재를 양성 하는 곳들에만 몰려있기 때문에 최근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 통폐합은 전반적인 위기를 부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청주의 사립대인 청주대학교와 서원대학교도 취업률을 반영해 취업이 저조한 순수예술학과를 통폐합해 실용학문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더군다나 가장 기초학문인 국문학과도 통폐합 돼 인문사회대학 내 미디어콘텐츠학부 안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한국문화전공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청주대 국문과 출신인 A 작가는 "국문학과도 신문방송학과와 통합돼 국문학과의 전통과 국문학과 출신이라는 자부심까지 사그라든 기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의 취업률을 반영한 대학 교육체제 개혁이라는 잣대를 순수예술에도 똑같이 들이대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학생수도 줄어들고 그에 따라 예술 전문가들이 부족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음악, 무용, 미술 등 순수 예술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충북대에 미술관련 학과, 서원대 음악교육과, 충주교통대 음악과 등이 우리 지역내 대학교에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한때 전국무대에서도 주목받는 신예들을 적잖이 배출했던 무용관련 학과도 없어져 명맥이 끊겼다. 이러다보니 충북예고에서 꿈나무들이 성장해도 충북에서는 꿈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립예술단에서도 지역 인재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처해있다. 물론 실력순으로 단원을 뽑고는 있지만 4개 예술단체의 최근 3년간 신규 단원 분포를 보면 충북지역 대학 출신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시립예술단이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지역의 순수예술인을 키워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중 하나인데 청주에 순수예술 관련학과가 모두 통폐합 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당장 수익과 비용을 따져야 하는 사립대학교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립대학교에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유능한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지역의 중견 예술가들은 "국립대학교는 예술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할 책무가 있고 미래사회는 문화예술에 기반을 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술대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한국 예술종합학교와 같은 청주의 예술종합학교 건립도 향후 고민해야할 부분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도 위용을 드러내며 관광객을 모으고 있고, 청주공예비엔날레도 자리를 잡아 청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인재가 없어 지역 문화예술이 허덕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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