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근처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내 곳곳에 조 양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 김용수
지난 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근처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내 곳곳에 조 양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 김용수

실종된지 11일만인 지난 2일 기적적으로 생환한 조은누리(14)양 실종사건은 우리사회에 진한 감동과 교훈을 준 것은 물론 발달장애인 보호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조 양이 청주시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 산속에서 가족과 헤어져 실종된지 열흘째 이어지면서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실종이 길어지면서 생사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많은 국민들이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조양의 생환을 염원했다. 

국민의 관심과 염원에 부응하듯 조양은 탈진했지만 우려와 달리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군 당국에 발견돼 가족과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었다. 심신이 미약한 어린소녀가 깊은 산속에서 공포심과 허기를 이겨낸 것이 대견스럽다. 조양은 무엇보다 그 오랜기간동안 먹을 것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버텨내 국민들에게  생명의 강인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조은누리양은 알려진 것처럼 발달장애인이다. 길을 잃으면 무작정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무곳이나 배회하는 습성을 지닌 발달장애인은 언제든 실종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도심이라면 사람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인적이 드문 산속이나 바닷가에서   

길을 잃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전국에서 7천∼8천여명의 장애인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2014년 7천724명이던 실종 장애인은 4년만인 지난해 8천881명으로 늘었다. 이들중에는 끝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조양이 실종중이던 지난달 29일 자폐증을 앓고 있던 17세 소년이 제주 서귀포에서 실종된지 나흘 만에 집에서 약 12㎞ 떨어진 표선해수욕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아직도 실종중인 장애인은 작년에만 65명에 달했다. 이들의 생사는 미궁에 빠졌다.

장애인 실종은 가족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 관심과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은 예산난 때문에 늘 우선순위에 밀려나있다. 그러다가 장애인이 실종되고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 그제서야 군, 경찰, 소방당국을 동원해 찾는다. 이번에도 연인원 5천700여명이 동원되고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등 첨단장비, 그리고 여러마리의 군견이 투입됐다.   

당국이 최소한 몸에 착용하거나 소지품에 부착, 위성 신호를 이용해 착용자의 위치를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GPS(위성 정보시스템)형 배회감지기라도 진작에 보급했다면 조양은 11일간 장마철에 산속에서 헤매는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수천명의 군·경·소방관들도 산속을 뒤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조은누리양 사건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조양은 다행히 가족의 신고로 군견과 군인에 의해 발견됐지만 누군가는 홀로 방황하다가 실종장소도 몰라 잊혀질 수도 있다. 관계당국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교훈과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면 제주 17세 소년같은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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