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춤판서 오롯이 열정으로 버텨낸 '외길인생'

강민호 무용가 공연 장면
강민호 무용가 공연 장면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예술人터뷰' 코너에서는 충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찾아가 과거의 그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근황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계획에 들어보려 한다. 그 첫번째 순서로 20여년이 넘는 시립무용단 생활을 거쳐 지금은 홀로서기를 통해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한국무용가 강민호를 만났다. / 편집자

중학교 3학년때 우리 음악에 빠져 한국무용의 길로 접어든 강민호 무용가. 1996년 서원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하기 1년 전인 1995년 청주시립무용단 창단멤버로서, 청주의 몇 안되는 남자 무용수로 묵묵히 한국 무용수로서의 길을 걸어 왔다. 충북 출신 남자 무용수로는 조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처음에 비상임 단원으로 시작한지 1년 만에 오디션을 통해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후 차석, 수석 단원을 거치며 주역을 맡아 왔고 조안무로 안무지도까지 담당했었다.

그러면서 청주와 서울을 오가며 세종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다니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3년 그의 춤꾼 30년을 기념하는 공연 '길마중'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이었다. 남자 무용수로서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의 춤판에서 열정적으로 견뎌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강민호 무용가 공연 장면
강민호 무용가 공연 장면

'길마중'은 한국춤비평가협회 2014 베스트 작품상을 수상해 그의 춤을 인정받기도 했다.

강민호의 작품은 '꽃'을 주제로 만들어진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인간의 삶과 연결돼 있고 희로애락, 생로병사가 그 안에 다 들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청주시립무용단에서 활동해온 그에게 시립무용단은 지금의 강민호가 있도록 만들어준 '발판' 같은 곳이다.

"시립은 제가 지금 춤출 수 있게 해준 '서당' 같은 곳이에요. 예술의 향유 공간이면서 학습의 공간이었고, 지금의 춤이 시립의 공력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거죠."

그렇게 청주시립무용단은 그에게 애정과 삶이 묻어있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과 1년마다 기다리고 있는 오디션 등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공력과 연륜으로 극복해온 강민호에게 후회나 아쉬움은 없었다.

그러나 단원들간의 불협화음, 줄타기, 학연, 지연 등 편가르기는 시립무용단의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무자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것을 보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는 강민호는 "얼마전 2년만에 후배들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 기량도 좋고 멋있었다"며 향상된 후배들을 응원했다.

지난 6월 개원한 춤 연구소 춤추러 가는 길에서 만난 강민호 한국무용가. / 이지효
지난 6월 개원한 춤 연구소 춤추러 가는 길에서 만난 강민호 한국무용가. / 이지효

한국무용은 '종합예술'이라고 설명하는 강민호 무용가.

그는 독일 초청공연으로 국제 페스티벌에 참여해 진도북, 부채춤, 한량무, 태평무 등을 선보여 극찬을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아름다운 복식, 섬세한 표현, 전통음악이 춤과 만나 관객의 눈과 귀, 마음을 충족시킬때, 특히 외국 관객들에게 터져나오는 기립박수와 환호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2017년 무용단을 나오면서 홀로서기를 한 강민호는 자유로움에 대한 행복감도 있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감이 몰려왔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학습에 매진했고 그 결과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5호 승무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본인이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완벽해질 때까지 연마하는 강민호. 이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학교예술교육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1년은 일반학교에서, 그 다음부터는 장애학생에 대한 관심으로 자발적으로 특수학교를 지원해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제천 청암학교, 충주 숭덕학교, 음성 혜원학교 아이들과 만나 저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고 감사함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강 무용가는 올 9월부터는 청주 성신학교도 출강 예정이다.

2019년 6월 '춤 연구소 춤추러 가는 길'을 개원해 제자들 양성과 개인활동도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다.

강민호 한국무용가가 지난 6월 개원한 춤 연구소 춤추러 가는 길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지효
강민호 한국무용가가 지난 6월 개원한 춤 연구소 춤추러 가는 길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지효

"앞으로도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지역의 선배 남자 무용수로서 모범을 보이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무용계에서 자리매김 할 예정입니다."

많은 수상과 표창을 받은 그는 현재 (사)한국무용협회 충북지회 부지회장, 청주시무용협회 이사,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5호 승무보존회 이사, (사) 한국전통춤 협회 상임이사로 활동중이며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학교예술강사, 강민호 무용단 대표, 춤 연구소 춤추러 가는 길 대표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지금도 다양한 전통무용과 궁중무용 등 새로운 공부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열정과 꿈으로 춤속에서 꿈을 꾸고 춤속에서 생을 푸는 강민호 무용가의 춤 인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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