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남 시사진전, 30일까지 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나는 무턱대고 사진기를 들이지 않아요. 서로 마음을 여는 데 걸리는 서너 시간 정도는 기다립니다. 마음이 통했다면 촬영은 일사천리지만 친해지는 데 실패했을 경우, 사진은 과감히 포기합니다."

시인, 다큐멘터리사진가, 조경사진가, 한국영화자료수집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금산 출신 양해남 작가는 "누군가를 찍는다는 것은 내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일상기록자라고 소개하는 양해남 작가가 30년 넘게 기록한 작품을 모아 고향 금산에서 첫 시사진전을 연다. 오는 30일까지 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에 가면 '양해남 금산 시사진전-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그동안 네 차례의 사진전을 선보였지만 시와 사진이 어우러진 시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숨은 명소를 찍은 것도, 드라마틱한 삶을 담아낸 것도 아닌데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쉽게 눈길을 떼지 못한다.

쩍쩍 갈라진 손틈 새까맣게 젖도록 머위나물 다듬는 어머니 손을 본 누군가는 마음이 무너졌다. 슬퍼서가 아니라 뭉클한 사랑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얼굴 가득 주름 진 시골 할머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난 시상에서 내가 젤 행복혀"라는 메시지의 제목은 '니들하고 난 달러'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내 행복의 기준도 나'라는 메시지의 울림이 오래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산 사람이라면 장소를 짐작할 수 있는 익숙한 장소가 등장한다. 사진을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양 작가는 일상을 기록한 이 사진들로 인해 사진 속 주인공의 삶이 조금은 특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 나눈 이야기로 인해 눈물을 삼키기도 하는 가슴 뜨거운 작가는 시와 사진을 통해 35년 동안 담아 온 시간의 온도를 오롯이 전한다.

분명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작품을 마주하면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 이유를 관람객들은 내 어린시절의 이야기면서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때론 무겁게 때론 유쾌하게 혹은 담담하게 기록한 시와 사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는 날을 잡아 전시회를 찾아도 좋겠다. 작가와 관람객이 만나는 시간은 오는 14일 오후 4시, 21일 오후 4시, 28일 오후 7시이다.

일상기록자 양해남 작가는 1993년 첫 개인 사진전을 시작으로 네 차례의 개인전과 두 권의 사진 작품집 '공간의 발견' '우리동네 사람들'을 발간했으며 사진에세이 '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와 지난해 사진시집 '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을 펴냈다.

한국영화자료수집가로도 유명한 그는 '포스터로 읽는 우리영화 삼십년 1950-1980'을 쓰고 30년 동안 수집한 2천400여 점의 한국영화 포스터 중 240여 점을 선별해 포스터 분석과 수집 과정을 적은 '영화의 얼굴'(2019)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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