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창식 충북과학고등학교

조선시대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식시오관(食時五觀)이 기록되어 있다. 식사할 때마다 생각하는 다섯 가지 마음을 의미한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이 음식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입의 즐거움과 배의 만족에만 치우치지 말라 ▷한 수저의 밥과 나물도 좋은 약으로 생각하며 감사하라 ▷네 이웃을 생각하라.

식사 한 끼가 내게 오기까지의 수고와 고마움을 느끼며 식사하라는 의미다. 먹는 것을 통해 바르게 사는 법을 익히도록 하는 우리 조상의 밥상머리 교육 중 하나였다.

우리 조상의 밥상머리는 예절이 살아 숨 쉬는 자리였다. 여럿이 음식을 나누며 자기중심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밥상머리는 조상의 철학이 이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배워 많이 안다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다. 가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습득하는 예절과 기본생활 습관의 형성이 중요하다.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예절과 언행을 처음으로 배우는 곳이 가정이며 특히 밥상이다. 버릇이 없는 행위를 하는 어린이를 보면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잘 못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밥상머리에서 귀한 자녀를 왜 나무라느냐. 먹고 있는 아이에게 교육이라니 가당키나 하느냐. 밥상머리 교육을 고로하고 보수적이며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거부감을 드러낸다. 밥상머리 교육은 훈계나 나무람이 아니다. 밥상은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용서와 격려와 화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예절이 살아 숨 쉬는 자리다.

김창식 충북과학고등학교 수석교사
김창식 충북과학고등학교 수석교사

일부의 부모는 학교에서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과 언행을 학교에서 바로잡아 줄 것으로 단정하여 자녀가 공공장소에서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방관한다. 일부 부모의 그릇된 생각이 빚어낸 소위 행실이 바르지 못한 학생이 학급마다 최근에 부쩍 생겨났다. 교실에서 이 학생들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하다. 수업의 흐름을 끊어 다수 학생의 학습권에 피해를 줄뿐더러 교사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성공적으로 배움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학교가 교육의 장이기보다는 훈련의 장이기를 원하고 있다. 교사이기보다는 조련사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예절 교육보다는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교과 공부만하기를 바란다. 졸업과 동시에 상급학교 입학시험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는 자녀를 원한다. 생애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로운 자녀를 원하기보다는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지식 습득이 많은 자녀를 선호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만든 현상이다.

유대인들은 식사 전에 손을 씻도록 하고 더러워진 마음이 있다면 마음까지도 씻고 오라고 한다. 예절은 밥상과 같이 가장 가깝고도 소소한 일상에서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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