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위험성 커 '취약계층 복지관점 대응책' 필요

지역차원에서의 폭염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6일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충북도의회 7층 회의실에서 열린 '2019 충북 폭염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폭염의 강도와 빈도, 피해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고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48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온열질환자가 4만526명에 육박해 그해 9월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폭염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는 것이다. 재난으로서 '폭염'은 피할 수 없지만 피해는 막아야 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폭염의 재난 선포 1년을 앞두고 중부매일과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6일 '재난인가 재앙인가'를 주제로 '2019충북 폭염 포럼'을 공동개최해 지역차원에서의 폭염대응방안을 모색해봤다. / 편집자

 

■주제발제

김용진 청주기상지청 관측예보과장
김용진 청주기상지청 관측예보과장

김용진 청주기상지청 관측예보과장

김용진 청주기상지청 관측예보과장은 이날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21세기 후반기에는 충북 대부분 지역에서 1년 중 절반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과장은 충북 시·군별 여름 일수가(RCP 8.5 기준)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는 104~136일, 중반기(2041~2070년) 125~151일, 후반기(2070~2100년) 150~171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어 "21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폭염, 열대야 일수가 큰폭으로 증가하고 강수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뒤 "기후변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고 대응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 후반기 충북지역 폭염일수는 17.3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과장은 특히 국내 폭염은 2018년이 '역대급'이었다고 소개한뒤 2018년에는 충주 40도, 제천 39.4도, 청주 39.1도 등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극값을 기록했고, 폭염일수 35.5일, 열대야 일수 11.8일로 사상 최대로 길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30년간 기온변화 분석을 통해 전국 평균기온은 0.91℃ 상승, 충북은 0.95℃ 상승해 전세계 평균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변성수 충북연구원 재난안전센터 전문위원
변성수 충북연구원 재난안전센터 전문위원

변성수 충북연구원 재난안전센터 전문위원

변성수 충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충북도 폭염현황'의 주제발제에서 "폭염은 자연재난 중 인명피해가 가장 큰 재난으로,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되며 영향이 다른 재난과 복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후변화, 고령화, 양극화, 도시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변 박사는 "폭염정책이 주로 양적 부분으로만 표기돼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예방 위주, 공간중심의 맞춤형 대응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시계획차원의 정책 강화, 취약계층 중심의 포괄적 복지관점 접근, 무더위쉼터 운영 다변화, 사회재난관점적 접근 등을 제시했다.

변 박사는 "재난관리체계를 짤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폭염에 있어서는 취약계층 관점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선풍기를 제공하지만 전기요금 부담으로 냉방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취약계층의 폭염대응서비스는 정책대상자의 추가적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복지차원의 연계가 고려돼야 하고, 독거노인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은 우선 폭염정책 대상자로 포함해 폭염알림과 안부 확인, 행동요령이 효과적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대 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용대 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용대 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용대 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건강 영향'의 주제로 발제하면서 "온열질환자 중에서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폭염에 노출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더위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 인한 피해는 고령자, 비만자, 만성질환자, 어린이, 야외 근무자를 비롯해 건설인부, 소방관, 배달원, 농부 같은 고노출 직업집단 등에서 특히 크다"며 "특히 열사병은 치사율이 50%로 위험한 질환인만큼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열질환 현황 분석 결과, 연령별로는 50대(21.8%), 60대(15.9%), 40대(15.5%) 순으로 많고 사망자는 80대 이상이 45.8%로 높았다.직업별로는 무직(20%), 단순기술직(10.6%), 농업(8.7%) 순으로 많았다. 발생 시간대로는 오후 3시가 가장 많았고 사망하는 경우에는 낮 12시가 가장 빈번했다. 김 교수는 "온열질환자 수는 2011년 443명에서 2013년 1천189명, 2015년 1천56명, 2017년 1천574명, 2018명 4천526명으로 급증했다"며 "무더운 날 한낮에는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삼가고, 어지러움, 메스꺼움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지정토론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폭염대책은 도시계획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사무처장은 "이는 폭염뿐 아니라 폭우 등 수많은 기상이변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더위를 피하고 회피하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안되고 폭염을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시숲 조성, 도심 건물 옥상 녹화를 제시했다. 이어 "폭염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지자체의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동현 (사)징검다리 대표

임동현 (사)징검다리 대표는 주거취약계층, 노약자 등 폭염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임 대표는 "폭염은 일반인뿐 아니라 빈곤층에 더 가혹하기에 '차별적 재난'으로 분류된다"며 "계절현상이 아닌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고 평했다. 이어 "무더위쉼터 유도나 일회성 물뿌리기로 그때그때 위기를 넘기는 정부나 지자체의 기존 대응은 인권과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뒤 "주거개선, 시설 설치, 건강증진사업, 기후복지제도 도입 등 중장기적 대책이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미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

이은미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는 지난해 9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관리되는 점에 주목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폭염위기관리메뉴얼 마련, R&D사업, 중장기 정책 마련, 피해 지원 등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재난이 아니었기에 예산 지원이나 강제성이 없었지만 폭염이 재난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이후 정부는 법에 기반해 중장기 대책, 피해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빅데이터, 취약계층DB 등을 구축·보완해 재난대응역량을 키워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허창원 충북도의원

허창원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4)은 재난 규정 이후 지자체에서 '폭염 대응 및 피해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충북은 없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폭염대응조례는 광역에서 대구, 광주, 대전, 전남, 경북 등 5곳, 기초에서 대전 서구, 경기 평택, 전남 여수 등 3곳만 제정했다"며 "조례 제정은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계획·종합대책은 5년마다 수립하고 조례에는 폭염취약계층 지원, 폭염경감시설 설치 및 비용 보조, 전담조직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로 충북도 자연재난과장

이병로 충북도 자연재난과장은 올해부터 달라진 충북의 폭염대책을 소개하면서 위기대응실무매뉴얼(중앙)과 현장조치행동매뉴얼(지방) 신설, 인명피해시 재난지원금 지원, 예산 편성 등을 꼽았다. 이 과장은 "그동안 예산편성이 없었으나 올해 일반예산(도비 보조) 3억8천500만원을 편성했고,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시 재난지원금(사망 1천만원, 부상 500만원)이 지급되는만큼 이용할 것"을 소개했다. 폭염예보서비스 강화, 폭염저감시설 설치, 상황회의 실시, 폭염TF팀 증원 등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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