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요즘은 유튜브(Youtube)가 대세다. 주위에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는 일반인들도 자주 보인다. 최근 한 할머니가 유튜브를 들었다 놨다 한다고 한다. 구독자 90만명을 확보한 어엿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 할머니는 몇년 전 운영 중인 식당을 접고 전업(專業)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했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시골에서 막내딸로 태어나 죽어라 농사일만 했다.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고 서울에 올라와 떡장사, 엿장사, 식당, 파출부 등등을 전전하며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 사이 자녀도 컸고, 열아홉 처녀는 칠순을 넘어섰다. 칠십 평생에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우리들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이었다.

그랬는데 느닷없이 그녀의 인생에 '유튜브'가 나타났다. 할머니와 유튜브를 연결해준 사람은 손녀. 늦기 전에 추억 하나라도 남겨드리고 싶었다. 유튜브는 그 희망에 안성맞춤이었다. 할머니는 마치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처럼, 순식간에 유튜브로 빠져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몰랐던 장기도 발견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본인의 언어로 해석할 줄 알았다.

할머니의 영역은 우리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할머니와 손녀는 세계를 다니며 즐겼고, 유튜브라는 세상과의 연결통로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구수한 사투리에서 터져 나오는 만물관찰기를 보면, 배꼽은 달아나고 몰랐던 것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신문물에 주눅 들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던지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페이소스를 주었다.

다시 우리 얘기로 되돌아가자.

일본의 경제보복(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으로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약 77%에 달하는 수입 의존율을 보이는 국내 곡물 수급에도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량 안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비와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

한국과 곡물 수급 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곡물 자급률이 22.4%로 한국(25.3%)보다 오히려 더 낮았지만 현재는 약 29%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라고 한다. 반면 우리는 매년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곡물 수요는 지난 40년간 2배 증가한 반면 농업 인구는 무려 85% 줄었고 농경지 면적도 약 3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그 결과 수입 농산물량은 7.4배 늘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논어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할머니는 그 글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자그마한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칠십 평생 겪지 못한 것을 배우고 매일 큰 기쁨을 누리고 있다. 우리(청년) 농업인도 다르지 않다. FTA나 농산물 가격하락에서 벗어나, 우리 신토불이 농축산물과 고유의 농업을 글로벌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식량주권을 되찾아 보자. 소확행은 물론, 품질 좋은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도 당연히 배가 되어 일부(양파, 마늘등) 농산물과 같은 가격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불안정한 식량 수급과 농축산물 가격하락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성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이런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농업인 스스로가 할머니처럼 우리 융복합농업기술과 농축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유튜버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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