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를 정부가 시사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있다. 여권은 반일 감정에 기대어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고, 야권 보수정당은 반북감정에 기대어 한미일 동맹의 약화를 우려한다.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 시사는 정치권의 논리보다 미국과 외교 문제까지도 감수할 정도로 현재 정부가 당장 추가적이고 효율적인 공격·방어 방법이 없다고 자백한 것과 다름없음이 중요하다. 수(數)가 적다고 전쟁을 지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경제대국이라 미리 숙이고 들어갈 것도 아니다. 다만 준비를 안 한 전쟁은 위태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당시 조선은 왜란을 준비하기는 하였으나 국력을 기울인 것은 아니고, 소규모로 예상하고 수군을 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일본은 20만의 대규모 병력으로 침략을 감행했다. 조선 최고의 용장 신립은 적을 우습게 보았고, 결국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패전하고 만다. 이렇게 준비를 하지 못한 전쟁에서 성급함은 위태하다고 역사는 말한다.

그렇다면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에 위협이 될 수 있는가? 일본에 지소미아 파기는 울고 싶은 아이 빰 때리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정권은 전쟁 가능 국가를 목표로 한다. 지소미아 파기로 아베 정권이 원하던 전쟁 가능 국가로의 일본 내 여론은 확산될 것이다. 또한 역사적·지정학적으로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본이 전쟁가능 국가의 길로 가고 미국이 일본을 지지한다면 남북평화의 길에 도움이 되지 못함은 물론 사면초가의 형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는 원래부터 일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목표로 한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일 3국 동맹의 유지 필요성을 묻는 미국에 대한 질문이고, 3국 동맹이 필요하다면 미국이 중재자로서 일본의 공격에 대해 시간을 벌고, 금융권 등으로의 확전을 멈추어 달라는 의미로 보인다. 일반적 분석과 달리 지소미아 파기를 일본이 내심 강력하게 원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임해야 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지소미아 파기를 일본이 환영한다면 이 카드는 잘못됐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근본적으로 지소미아 파기를 한반도 주변국 중 누가 원하겠는가? 한국과 미국은 원하지 않고 일본·북한·중국이 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북한·중국이 환영하는 지소미아 파기를 과연 미국이 받아들일 것인가? 그런 점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현재 한일 경제 전쟁에 대한 준비가 없는 문재인 정부에게 매우 효율적이고, 상대의 허(虛)를 찌른 카드라고 보아야 한다. 지소미아 파기를 반대하는 한국과 미국은 동맹을 확인하고 어깨를 같이 하자는 것이 이 카드를 꺼낸 본심일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도 파기가 목적이 아니고 미국의 중재 개입을 목적으로 한다. 경위야 어찌 됐든 이 카드를 꺼낸 이상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미국의 지지를 얻어 내야 한다. 지소미아 파기는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수로써 양날의 칼이다. 자칫하면 준비가 아직 안돼있는 상태에서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닌 일본의 힘과 전략에 밀려 포위를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성공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각오해야만 한다. 좌가 됐든 우가 됐든, 보수든 진보이든 지금은 정부의 현명한 외교적 힘을 기대하고 있다. 제발 잘 해결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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