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수석연구위원

2019년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일제식민지에서 광복한지 74주년이 되는 해이다. 1945년 광복까지 대한민국은 36년간 일제의 식민지 경제체제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실제론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우리의 외교권 박탈과 내정 장악을 위해 강제 체결한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으로 국권강탈을 당한 것을 포함하면 36년이 아닌 무려 40년이나 국권을 빼앗긴 식민지로 살아야 했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을사늑약을 통해 통감부를 설치하고 실질적인 식민지 통치를 시작했으며,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통해 조선총독부 설치로 식민 지배를 더욱 강화해 조선침탈을 자행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침탈의 고통과 반인륜적 역사경험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40년 동안의 일제통치를 벗고 이제 올해로 광복 74주년을 맞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irony)하게도 100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일본 신제국주의의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거 전쟁은 군사무력에 의한 제국주의의 정치·군사적 성격을 띤 것이었다면 지금 전쟁은 기술력과 문화력에 의한 신제국주의의 경제·문화적 성격을 띠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일제 식민지배와 민족문화 말살정책 아래 40여년의 긴 세월 속에 알게 모르게 새겨진 기형적, 의존적인 사회경제 구조와 무의식적 의타적인 행동의식 구조가 여전히 주변 곳곳에 망령처럼 살아 꿈틀대고 있고 일본은 지금 그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

우리는 진정한 광복을 꿈꾸었으나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지금 우리를 옥죄며 괴롭히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광복 독립을 이루려면 단순히 아픈 과거에 대한 감정적인 비판과 청산을 넘어 스스로 일본에 당당할 수 있는 기술력과 정신·문화력을 가져야 한다. 그간 말로는 일제 잔재 청산을 부르짖고 현수막을 내걸면서도 스스로 진정한 독립의 행동실천과 광복운동은 없었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일본경제의 의존적 구조에 대한 비판과 경제혁신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국학(國學)과 지역학(地域學), 또한 역사문화에 대한 주체적 관심을 수없이 촉구해 왔었다. 그러나 역대 정부와 지자체들은 보여주기 반짝 이벤트에 그치거나 그러한 것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국가와 지역의 정신·문화적 토대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경제적 토대도 의존성에 기대어 위험을 자초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경제력만을 우선하는 의식 속에 문화력은 힘을 잃고 있다. 대학에서도 역사학, 문화인류학, 지역학은 소멸되어 아류 학문으로 전락한지 오래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애써 기억해 기록하려는 사람조차 찾기 힘들어진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한국경제도 한국문화도 여전히 일본의 아류로만 남게 되고 진정한 광복과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해 지금 같은 치욕의 고통과 왜곡된 역사 주장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볼 문제이다.

이 시대에 세종과 이순신의 위대한 리더십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끊임없는 과학·기술력과 한글 창제 같은 뛰어난 문화기반의 균형 있는 지식의 힘을 길러 낸 리더십과 어려운 여건과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승리한 실천적 정신력의 리더십 때문일 것이다. 이에 광복 74주년을 맞이해 일본과 중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 충북도 보다 주체적 자성과 새로운 역사인식으로 지방분권 시대와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 자주 독립적 지역역량을 강화해 당당하게 미래 새 희망의 역사를 써 나가는 실천행동의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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