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농민수당' 도입이 추진돼 성사 여부 등 진행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농민회 충북연맹 등 농업관련 단체들이 추진위원회를 꾸려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만들어 달라고 충북도에 요청한 것이다. 이들의 요구내용은 농민수당 시행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방안과 지급금액·대상 등을 충북도가 조례로 정해 시행해 달라는 것이다. 핵심이랄 수 있는 수당규모는 월 10만원으로 충북에 1년이상 주소를 둔 농업인 7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럴 경우 시행에는 연 9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수당 도입을 요구하는 이번 조례 제정 청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충북도의 첫번째 주민발의 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발의 조례 제정 청원은 주민서명과 조례규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충북도의회에 상정돼 심사를 받게 된다. 조례 제정 추진에 필요한 서명수는 충북도내 유권자 1% 이상으로 1만3천300여명을 웃돌아야 하는데 농민단체 등이 나선 만큼 인원을 채워 심의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농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도의회 입장을 감안하면 조례규칙심의위원회의 검토가 그나마 도입여부의 관건이 될 성싶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조례가 제정되면 충북도내 자치법규 중 첫번째 주민발의 사례가 된다는 데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주민발의로 조례가 추진된 경우는 있었지만 제정까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이번 농민수당 조례제정 청구에 눈길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퍼주기식 복지수당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에 있다. 도시화·산업화로 인한 파장과 시장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과 농촌을 돕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령화와 이농(離農) 현상으로 우리 농촌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문제는 수당 지급이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에 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선심성 복지'인 아동수당을 살펴보면 이같은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감을 현실화 시키고 있는 출산율 저하를 막아보겠다며 내놓은 대책이지만 실제 효과를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 원인, 보육과 교육 등 현실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육아의 난관이 해소되지 않고는 공염불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1년에 수조원을 들여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일회성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선심쓰듯 내놓은 수당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생산하는 농민에게 사회적으로 보상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농민수당도 이같은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재정 형편 등의 이유로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설령 이 금액이라 해도 용돈수준에 불과하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할 뿐이다. 농촌이 새롭게 거듭나고, 농민소득 향상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요즘 주목받고 있는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시민의 수요 촉진과, 농촌의 공급 확대 지원이 더 효과적일 지 모르겠다. 시혜(施惠)는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