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이 조치로 대한민국은 한여름 가마솥더위보다 더한 반일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이 같은 반일감정의 연속선상에서 우리도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여행 신규 예약 건수가 예년보다 크게 줄었으며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이 일본 정부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지방 중소 도시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대략 30%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때문에 한국인이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일본 지방의 상인이나 숙박업 등의 지역 경제에 바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일본 여행을 계속 거부하고, 이러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일본 관광 산업은 상당 부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을 여행하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4명 중 1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는 한국인 수는 754만여명으로 전체 방문객 3천 119만명의 24.1%를 차지했다. 838만 명(26.8%)으로 가장 많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03년 관련 통계를 공개후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한국인이 일본 여행에 쓰는 돈도 연간 수조 원에 이른다. 일본 NHK가 지난 1월 일본 관광청을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지난해 일본 여행에 약 54억 달러(약 6조 3천 552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쓴 415억 달러의 13% 수준이다. 이 또한 34%로 집계된 중국(14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이 같은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가지 않으면 일본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반일 감정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감소하는 반면, 그 발걸음을 중국 등 동남아로 대신 돌리는 한국 사람들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왕에 여행지를 전환하는 김에 굳이 외국을 고집하지 말고 국내의 농산어촌관광으로 U턴 하기를 권한다. 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첫째, 일본 여행 대신 국내에서 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일본을 넘어서는 극일(克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감정을 앞세워 목소리만 높여 일본을 비판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소리 없이 조용히 자성하고 발걸음을 국내로 돌리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둘째, 국내로의 여행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내수 진작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까지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에서 쓴 돈인 여행지급액은 238억 9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단 10%만 국내로 돌려도 상당한 내수 진작 효과가 있다. 이는 내수 진작에 넉넉한 마중물이 되고도 남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환기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여행은 날로 왜소화되고 위축되어 가고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경제의 활성화에도 확실히 이바지 할 수 있다. 산업으로서의 농업과 삶과 힐링의 공간인 농촌도 살아야 국가 경제도 건강할 수 있다.

위기는 '위험한 기회'라고 했다. 현재 사면초가의 위기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한 걸음 더 도약하고 발전하는 발판과 기회로 활용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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