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도 역시 강수량이 충분치 않은 마른장마로 장마철이 마무리됐다. 일반적으로 장마철은 매년 한여름에 앞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기온 등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맞부딪히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 이 기간 비오는 날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큰 비가 내리기도 해 비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년 우리나라 강수량의 1/3가량이 집중되면서 호수와 저수지 등의 수자원 확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곤 한다. 그런 장마기간임에도 비가 적게 와 평년의 강수량에 비해 크게 부족한 마른장마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충청권의 경우 올해 장마기간은 6월말부터 지난달말까지 34일에 달해 평년을 웃돌면서 제법 긴 편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충북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150㎜나 적어 60%에 불과했고 대전·충남 지역도 예년의 63%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마른장마와 더불어 올들어 6월말까지 반년동안 내린 비의 양도 심각하기만 하다. 충청권의 강수량은 400㎜를 겨우 넘겼는데 이는 평년의 55%에도 못미치는 양이다. 같은 기간 중부지역은 예년 평균의 57%를 기록했고 전국적으로는 72%에 달해 다른 지역에 비해 충청권 가뭄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농업용 저수지, 용수댐 등의 저수량은 충분한 반면 충청권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가뭄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충남에서는 보령·태안(보령댐) 등 8개 시·군이 생활·공업용수 가뭄주의 단계를, 충북은 충주(충주댐) 등 6개 시·군이 이 보다는 덜한 관심단계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윗단계인 경계 또는 심각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올 가을 강수량이 평년 수준일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다른 시·도의 물 부족 우려가 크지 않은 것과는 달리 충청권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지역 댐 저수량 상황은 더욱 안좋은데 충남 서부지역의 젖줄인 보령댐의 경우 30% 수준이다. 충청은 물론 경기 남부 등 수도권에 수자원을 공급하는 충주댐도 47%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대청댐이 60%를 웃돌아 다른 댐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국적으로도 낙동강 상류와 섬진강 등의 상황은 우리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여러 지역에 가뭄관리가 필요하고 가뭄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에서 충주댐 지역의 하천유지용수 감축 등 선제관리에 나섰지만 걱정을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어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가뭄에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까닭은 강수를 비롯해 한반도의 기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와 남부는 아열대 기후로 바뀌었고 각종 농산물 재배선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수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의 터전이 건조해진다는 얘기다. 이는 농업을 물론 우리 생활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우리나라의 지하수 등 강수 이용률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 가뭄에 대한 걱정은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수자원 확보를 위한 고민으로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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