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로부터 벗어난지 74년이 지났다. 15일 열린 광복절 74주년 기념식은 '대한독립'의 기상을 드높이는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우리 땅 그 어느 곳에서 열린들 그 의미가 달라질리 없겠지만 최근 일본과의 관계를 볼때 독립기념관에서 15년만에 열린 광복절 기념식은 74년전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데 적절했다. 그날 우리 민족이 함께 한 만세소리에는 해방의 기쁨과 함께 그 이면에 다시는 일본에 굴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일본을 뛰어넘겠다는 극일(克日)의 시작이 존재했다.

하지만 광복된지 74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는 극일의 시작점에 머물고 있다. '경제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일본과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참담한 수준이다. 일본에 가지도, 사지도 않겠다는 불매운동을 놓고도 정파와 이념으로 포장된 저마다의 계산법이 등장한다. 방심하다 뒷통수를 맞은 것은 우리인데 엉뚱한 이유를 들고 남탓을 하기 바쁘다. 바로 옆에서의 기습공격에 얼마나 다쳤는지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대응도 못한 채 속만 끓이며 소리만 지른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은 있기나 한지 보이질 않는다.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인데도 별로 아프지 않다고, 곧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다만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을 통해 굴복하지 않겠다는 극일의 의지가 그 빛을 발하는 정도다. 일부 대학 등에서 일본을 따라잡으려는 우리기업의 기술개발을 적극 돕겠다는 '기술방패'가 그나마 위안이 되는 상황이다. 우리의 처지가 이러한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자금과 컨설팅 등 원론적인 수준의 지원방안만 되뇌고 있다. 그러니 발등의 불인 기업들만 애가 탄다. 희망이라도 기대하지만 이 또한 난망(難望)이다.

정치권은 더욱 한심하다. 국가 최고지도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선동성·구호성 외침만 내놓다가 감정적 대응 자제를 주문한다. 이런 주장은 우리의 결기를 높이는데 유효할 지 몰라도, 협상·외교의 무대와는 맞지 않는다. 여권내에서는 현실감 없는, 한치 앞도 못내다보는 위험한 발언이 이어진다. 그들에게 국민의 복리와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곧 불거질 문제도 감추려고만 하고, 현실을 왜곡으로 덧칠하는 데 앞장설 뿐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실질적 대안마련과 일본에 대한 공세보다는 여권 흠집내기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극일의 길을 가야 한다. 극일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기 위해 들끓는 의기와 함께 냉철하고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처럼 '1~2년안에'에 목매서는 안된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정부와 민간간에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내년 총선 운운하는 이들은 권부에서 내쳐야 한다. 그래야 극일의 진정성과 의기가 분명해진다. 애국 마케팅 등으로 분열을 조장하거나, 있지도 않은 지름길로 현혹한다면 그 결과는 자멸(自滅)일 뿐이다. 할수 있고, 해야 할 일을 찾아 밟아가자, 그것이 바로 극일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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