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성욱 충북경자청 항공산업클러스터 팀장

2002년 12월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핵심 부품소재 기업인 B사가 오창과학산업단지 외국인투자지역 투자를 위해 충북도와 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기에 접근성이 좋고 무상으로 부지를 사용할 수 있어 B사로는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기공식 몇 달 전 충북도 외자유치팀에 합류했던 나는 이 업체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피상적으로 기술이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막연히는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 후로 16년이 흘렀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전범기업 배상책임 판결이 나오고, 일본이 경제제재 수출제한 조치에 착수해서야 비로소 이 회사의 진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반도체기업의 수출의존도가 거의 100%에 육박하며, 기술격차로 인해 단시간 내 국산화가 곤란하고 수입대체를 쉽게 할 수도 없는 일본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첨단기술 기반 기업이었다.

그간 이 일본계 기업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를 했다. 직접적으론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핵심 소재 납품으로 제품 양산을 도왔으며, 한국 진출이후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국내에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왔고 이 과정에서 관련 기술·노하우의 자연스런 이전에도 기여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화된 형태로 국내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 기업 유치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기술·경영노하우의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에 대한 기대이며, 실리콘밸리 첨단 IT기업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생겨나고 중국이 단 시간에 G2로 발돋움한 것을 보면 기술, 노하우, 아이디어의 스필오버에 따른 혁신 확산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해외첨단기업 유치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항공 산업이다. 그간 대규모 무기체계를 구매하면서 해외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 이면에는 산업 발전을 도외시한 당국의 근시안이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속적인 공중무기 구매사업으로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국내 사업에 관심을 갖는 여건을 활용하여 해외의 역량있는 항공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홍성욱 충북경자청 항공산업클러스터 팀장
홍성욱 충북경자청 항공산업클러스터 팀장

중앙정부는 방산수출 확대와 일자리를 늘리는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써플라이 체인에 합류하기 위한 역량개발의 지원과 국내기업 R&D 지원, 시설 설치 등을 할 경우 지원내용을 절충교역으로 인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해외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임대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항공분야 주요 타깃인 미국기업의 경우, 부지 등 고정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임대료로 건물을 구입할 수 있어도 임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우선 갖춰놓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항 및 항공 산업 여건의 개선에 따라, 청주에어로폴리스에 항공 연관기업의 입지 문의가 지속되고 있고, 외투기업 임대부지 추진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F-35의 청주비행단 배치에 따른 민간 항공기업과의 교류·접촉이 연관기업의 집적과 항공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일본 수출제한 사태의 되풀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산부품, 소재 기술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해외 항공우주기업의 유치에 박차를 가할 때다. 두 번 다시 누군가가 우리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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