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게임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장난감 마트엘 갔더니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고 이것저것을 만져보면서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다른 마트로 가잔다. 그곳에 가서도 낯선 것들만 골라 꺼내서 살펴보고는 제자리에 놓는다. 주인이 무엇을 찾느냐고 물으니 '마음을 속이는 사람 찾는 로봇 있어요?/그런 건 없는데, 어디서 봤지?/상상마당에서요.'

손자들을 데리고 주말농장으로 감자를 캐러갔다. 호미로 조심스레 감자를 캐던 아이가 묻는다. '할머니, 감자는 왜 흙속에서만 자라요?/흙 속에 감자를 크게 하는 영양분이 있으니까 그렇지./흙이 없는 공기 중에서는 감자를 키울 수는 없을까요?/글쎄?'

요양병원으로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는데 다른 병실에서 초상이 났다. 여러 사람의 곡소리가 들린다.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우는 거야?/누군가가 돌아가셔서 슬프니까 우는 걸 거야./사람은 왜 죽나요?/병을 못 이기거나 나이가 많아서 신체가 기능을 못해서 죽는 거야./그럼 우리 할아버지도 돌아가실 거야?/그렇지./죽지 말고 우리들과 오래오래 살 수는 없는 거야?/그러면 좋겠지!'

중학생 아들의 흡연을 책망하며 끊으라고 윽박지르는 어머니에게 '어른인 엄마도 못 끊으시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끊어요?'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고등학생 딸에게 대학진학준비에 바쁠 시기이니 게임은 다음에 하고 입시준비에 매진하라는 아버지에게 '아빠는 밤낮으로 놀음을 해서 집도 날렸다는데, 이런 것은 약과잖아요? 지금도 밤을 새운 다면서요!'

모두 사람과 관련된 일이지만 어느 누구도 아이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한다. 어쩌면 금방 해결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어른들은 노력해보지도 않고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일축해 버리니 아이들이 어른들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세대로 접어놓아도 대구가 없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진 않지만, 어른들의 행동은 좋든 나쁘든 곧잘 따라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는 데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고 한다. 어른들이 세상을 먼저 살아봤으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더 잘사는 바른 삶의 본을 행동(實踐)으로 보여주는 것이 마땅한데.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겐 어떤 말로도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부모가 자녀의 입장에서 같이 노력(行動)하면서 자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야단(訓話)만 치고 자신의 변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어른(父母)들의 그 말씀은 그저 귓전을 타고 흘러가는 잠꼬대일 뿐이다.

처음부터 비행청소년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다만 그 모든 것은 그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좀 늦었지만 어른인 나 자신부터 바로 잡도록 각고면려로 변화에 몸소 도전해야 자식도 믿고 따라와 서로의 목표도달노력으로 기대치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교육의 질(效果)은 교사의 질(努力)을 능가하지 못한다. 자녀가 사람답게 성장하기를 소망한다면 부디 혀 짧은 훈장님의 '바담 풍(風)'이 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롤 모델의 삶을 함께 실천해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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