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1950년 6월 5일 당시 임병직 외무부장관은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1위, 2위, 3위를 모두 차지한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공적을 축하한 후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에는 "한국을 세계에 알린 마라톤 선수들이 백 명의 외교관보다 나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극찬했다. 태극기를 달고 1950년 4월 19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함기용이 우승하였고, 함께 출전한 송길윤은 2위, 최윤칠은 3위를 차지하며, 이 대회를 석권한 것에 대한 당시 외무부장관의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로 태권도를 빼놓을 수는 없다. 1962년 월남 군사 원조계획의 하나로 파견된 태권도사범들은 월남군 종합학교내의 체육교과목에 태권도과목을 신설해 태권도를 지도하면서 한국의 국위선양과 민간외교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태권도 해외파견 사업은 지금도 정부와 국기원을 중심으로 이어져 210개국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민간외교의 상징으로 불린다.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선수단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20년간 막혀 있던 중·미 교류의 징검다리가 된 '핑퐁외교'도 스포츠외교사에 서 유명한 사건이다. 우리나라도 1984년 3월 중국 쿤밍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아시아테니스대회에 한국선수단이 처음으로 중국에 입국하고, 바로 같은해 4월에 아시아청소년농구대회에 중국선수단이 방한함으로써 한·중 교류를 만들어 낸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외교가 절정을 이룬 것은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이다. 서울 올림픽기간 중에 소련, 헝가리,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의 참여가 북방외교를 선도했고, 1991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과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 남북단일팀 출전을 시작으로 인천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20도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남북스포츠교류도 그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특히 태권도는 지난 4월 스위스 로잔과 제네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남북합동 시범을 선보임으로써 지속적인 남북교류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국가간 냉전을 극복하는테 스포츠외교력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국제스포츠행사의 유치를 통해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때문에 스포츠외교 인력인 국제스포츠기구의 임원 및 역할이 부각되고, 국제스포츠행사와 스포츠외교 인력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스포츠인 출신들이 국제경기연맹회장, 국가올림픽위원회(NOC)위원장, 체육장관 등을 맡아 스포츠외교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국제스포츠행사가 열리는 개최도시는 도시를 뛰어넘어 국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국제스포츠경기대회 기간중에는 주행사인 경기이외에도 치열한 스포츠외교장(場)이 되기 때문이다.

올들어 국내서 개최된 국제체육행사중에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가장 많은 국제스포츠·무예계 인사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비롯해 국제스포츠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유네스코, 각 종목별국제연맹((IFs) 등의 임원진들을 비롯해 차기 대회 유치를 위한 각국 관계자들과 국제스포츠·무예학계의 학자와 연구자들, 이외에도 국제무예액션영화제의 무예액션스타들까지 수백명이 올 예정이다.

이처럼 국제스포츠·무예계의 거물들이 한 번에 방문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스포츠외교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다.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2032서울-평양 하계올림픽을 비롯해 2030충청아시안게임, 그리고 여타 국제체육 행사와 관련해 홍보와 스포츠외교의 장(場)이 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이번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중앙정부에서도 전략적인 접근과 유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통해 충북과 충주는 세계스포츠·무예의 성지로 거듭나고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결실이 맺어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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