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천안주재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면 그 나라의 박물관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은 외국인들이 꼭 가봐야 할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2014∼2018년 독립기념관을 찾은 방문객은 765만216명 중 외국인은 7만5천427명이다. 연도별 비중은 2014년 0.7%, 2015~17년 1.1%, 2018년 0.89%였다.

민족의 성지 독립기념관을 찾는 외국인들이 방문객 100명당 1명꼴이라니 왜일까? 평택에 위치한 캠프험프리(4만5천여명 거주 추정) 미8군 공보관에게 물었다. 답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가기 힘드니까"

전철이 연결돼 있는 것도 아니고, 직행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직접 운전 외에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일은 쉽지 않다.

평택의 미군 및 그 가족들은 주말이면 서울을 찾는다고 한다. 서울을 찾는 이유 또한 "전철이 있어 편한다"는 단순한 것이다. 캠프험프리에서 독립기념관까지의 거리는 50㎞, 이태원까지의 거리는 79㎞다.

유창림 충남 천안주재<br>
유창림 충남 천안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5년만에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

이 기간동안 홀대를 받았다고 하면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개관후 1994년까지 매해 대통령이 빠짐없이 독립기념관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관심에서 한동안 멀어진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천안병)이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국가 차원에서 이용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도권전철을 연장하는 정책 마련의 포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150만여명이 찾는 독립기념관을 우물 안 민족의 성지로 방치할지 세계인 모두가 방문하기 편한 곳으로 발전시킬지는 이제 정부와 국회가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전철이 연결돼 있는 천안역에서 독립기념관까지의 거리는 1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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