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은 혼네(속내)의 나라라고 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일본은 '개인청구권은 존재한다.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만이 소멸된다.'고 하다가, 최근 아베 일본총리는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했다'로 입장을 변경했다. 왜 그랬을까? 금번 대법원 판결과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한반도에서 소(訴)를 제기하면 (자국에서 외교적 보호권은 상관이 없으므로) 유효하다. 이런 까닭에 한반도에서의 소송을 고려하지 않던 일본은 급히 '개인의 청구권도 존재하지 않는다'로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그동안 왜 일본은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고 외교적 보호권만을 상실했다고 했을까? 일본의 혼네를 살펴보자. 첫째. 국제법적 강행규정에 반하는 위안부 사례에서 개인의 권리를 국가의 협정으로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둘째.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한 일본으로써는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했다. 셋째. 무엇보다 대한민국 정부가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였다고 대국민 설득을 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과거 우리 정부·언론·지식인들이 대한민국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청구권도 소멸되거나 그 행사가 제한된다고 설득하였다. 결국 일본 혼네(속내)를 우리 정부를 통해 이루었다.

최근 아베 일본총리가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한 것이다'고 하자, 한일청구권협정은 일괄처리협정(lump sum agreements)이고,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페리니' 결정에 따르면 '개인의 청구권도 국가협정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가 불리하다. 우리나라가 국제법상 틀리고, 국제분쟁에서 백전백패 할 것"이라는 일부 지식인(知識人)들이 있다. 일본으로써는 억울하다면 한일청구권협정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 된다. 그러나 일본은 제소하지 않을 것이다. 제소를 할 것이라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통해 경제 전쟁 서막을 열지 않았다.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일도 없는데 제소될 것을 전제로 유·불리를 검토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러면 일본은 왜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수 없을까? 만약 국제법적 강행규정에 반하는 위안부 같은 사례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증거를 확보하면 일본은 되돌릴 수 없는 추락을 하게 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불법행위, 이를 감추고자 한 숱한 거짓말이 드러나 국가신인도·정부신뢰도·자존감의 추락을 겪어야 하고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이 위험을 일본이 감수할 것이라 보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그럼 경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혼네는 무엇일까? 배상이든 보상이든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들을 알아서 통제해 달라는 것이다. 역사 문제와 해결에 있어서 국가로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정부는 당연히 한일청구권협정의 당사자여서 협정에 구속받게 된다. 즉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혼네와 달리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이 한 명씩 나서자 일본 전략이 실패하였다. 오히려 일본의 약점을 전 세계에 광고 하고 노출시킨 결과가 됐다.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 국민 개개인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일본이 가장 큰 약점이다. 이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국가 신인도는 하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인도가 추락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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