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우민미술상 수상자 '이수진 개인전'
제17회 우민미술상 수상자 '이수진 개인전'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9.08.25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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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배신하지 않는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우민아트센터(관장 이용미)는 오는 9월 21일까지 '제17회 우민미술상' 수상자인 이수진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영어로는 'Language Is Treacherous (언어는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인 반면 한국어 제목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상반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다소 과장된 일반 명제를 전시의 제목으로 정해 '언어가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는 속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이 작가는 오랜 해외 거주 경험에서 비롯된 언어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텍스트,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다. 이 작가는 언어 간의 번역, 말에서 글로, 글에서 말로의 번역과정에서 발생하는 번역의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의 공간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는 임의의 실험들을 통해 언어의 경험을 확장하거나 언어 체계 바깥의 '말해질 수 없는' 미 결정적 공간을 재확인시킨다. 작가는 이 공간을 '언어공간(language space)'으로 언급하면서 매우 제한적인 동시에 연약하고 가변적인 공간으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말하기' 만큼 '쓰기'도 시간성과 연결된 신체적인 행위임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거나 목소리의 탐구를 위한 방법론으로 텍스트를 부각시킨다.

이 작가는 'ephemeras', '모스크바에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The Sound of Moskva-Petushki)', '부엌 낭독 A Kitchen Reading'을 함께 선보이는데 이 세 작업은 각각 독립된 작업이면서도 작가가 하나의 작품으로 구상하고 만든 작품들로, 러시아의 콜롬나 아티스트 레지던시 체류기간 중에 제작됐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모스크바에서 페투슈키까지의 소리'는 러시아 작가 베네딕트 예로페에프의 책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Москва - Петушки)'를 직접 필사한 기록이 겹겹의 아코디언 형태로 설치돼 시간적이고도 신체적 경험으로의 확장을 유도한다.

'ephemeras'는 영어와 러시아로 구성된 파편적인 텍스트와 러시아 콜롬나에서 촬영한 영상과 함께 베네딕트 예로페에프의 책을 손으로 베껴쓰는 소리가 담긴 오디오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인물들이 상호 소통을 위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한 기록을 재구성하고 있다.

'부엌 낭독(A Kitchen Reading)'은 작가 자신이 영어로 쓴 자전적 텍스트를 소리 내 읽고 옆에 앉아 있는 작가의 러시아인 친구가 다시 러시아로 통역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텍스트가 쓰기, 읽기로 번역되는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셉템버 (September)'는 몸과 언어를 묶어 생각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주목한 작업으로, 출생지나 인종과 같은 생득적 요건에만 의존해 언어구사 능력을 평가하고 대우나 처우에 있어 차별을 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작업이다. 작가는 영어 유치원의 강사 채용 기준이 담고 있는 모순적인 위계 구조 내에서 애매한 위치를 점유한 탓에 '원어민'을 연기해야 했던 '셉템버'라는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언어와 불가분한 관계인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이것은 아이들은 위한 이야기이다. 진짜 있었던 사랑 이야기(This is a story for small children. a true-life love story)'는 영어 사전에 나오는 예문들에서 발췌한 영어 자막이 '원문'으로 한국어 내레이션은 '원문'의 '번역'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레이션은 '영어 원문'의 '번역' 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원문'으로 착각하게 한다.

이수진 작가
이수진 작가

그뿐만 아니라 자막과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가 자막을 설명할 때 있고 이후에는 무관한 이미지를 등장시키면서 자막과 이미지, 원문과 번역의 위치를 전복시키거나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작가는 결국 자막, 내레이션, 이미지 이 세 가지 요소가 동일한 무게를 가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편집해 이들 사이의 경계를 교란시키고 불분명하게 만든다.

이 작가는 미국 메릴랜드 인스티튜트에서 순수미술을, 뉴욕대에서 퍼포먼스 스터디스와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했다. Millay Colony for the Arts, Blue Mountain Center, Newark Museum, I-Park, Zarya Center for Contemporary Art, Artkommunalka 등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로버트 W. 심슨 펠로십과 A.I.R. 갤러리 펠로십을 수상한 바 있다. 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

작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매주 일요일은 휴관이다.

또 우민아트센터에서는 오는 30일 오후 2시 문화가 있는 날 청소년대상 프로그램 '남다른 콜라주'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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