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로 환율 상승, 경기침체 우려 고조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최근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규제에 이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와 정부의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한 환율 상승, 경기침체 우려 고조 등 글로벌 경제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결정한 이후 한반도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이 들썩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내수부진 속에서 수출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경우 경영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이 같은 딜레마는 올 하반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업종의 경우 당장은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 등에서 가격경쟁력을 지녀 라이벌인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현재 대(對)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장기적인 교역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수출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강달러'에 따른 환율 리스크가 자칫 우리 기업들에게 '삼중고(三重苦)'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직후인 지난 23일 달러원 환율은 1천210원대에서 횡보했다. 이는 전 거래일 현물환 종가(1천207.40원) 대비 3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보험공사 측은 "전일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메시지를 표출하는 등 한미, 한일 관계가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자들의 위험기피심리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일 경제전쟁이 하반기 우리 기업 및 경제에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정부가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결정한 것에 대해 일본이 기존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 적용을 더욱 엄격화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수출규제 대상을 늘리는 등 추가 보복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달 초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더니 이달 초 다시 전략물자에 대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비전략물자에 대해 '캐치올 규제' 조치까지 단행했던 점에 비춰,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를 명분으로 경제보복과 압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지점에서 상정할 수 있는 일본의 보복수단으로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 등이 거론되면서 수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는 물론 전체 산업계로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은 여전히 우리 기업들에게는 골칫거리다.

재계 관계자는 "뭐,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문제들 아니냐"고 반문한 뒤 "악재나 위기 규모, 성격이 기업 혼자서 넘을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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