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세탁소에 옷을 맡기면 서비스처럼 따라오는 공짜 옷걸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꽤나 비싼 옷걸이를 추가로 구매한다. 평균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를 오가는 옷걸이의 정체는 실내 자전거다. 집에서 운동을 하기위해 구입했지만 여러 이유로 자전거 위에는 사람이 아닌 빨랫감이나 퇴근 후 벗어던진 옷가지가 자리한다.

자전거에 달린 휘어진 손잡이나 안장 등이 나름 옷걸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이러한 장점이 실내 자전거를 '비싼 옷걸이'로 칭하게 된 근거다.

지난 3월, 청주의 한 소방서를 찾았을 때 화재진압 오토바이 위에는 소방 방화복 상의와 안전헬멧이 걸려있었다. 바닥에는 소방장갑과 방화바지가 놓여있었다. 실내 자전거와 모양이 흡사해 제법 옷걸이 구실은 하는 모양새였다.

대당 1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구입한 화재진압 오토바이가 옷걸이가 된 사연은 이렇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가장 빠르게 화재현장에 도착, 초기진화를 담당해야 하기에 화재진압 오토바이의 출동시간 단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동 중 장비착용이 가능한 소방차 출동과 달리 오토바이의 경우 모든 장비를 착용한 후 출발해야 한다. 또 1인 출동을 하다 보니 정확한 출동지를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오토바이가 옷걸이가 된 것은 출동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대원들의 임시방편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토바이 출동대원들은 소방차 뒤를 쫓아가기 바쁘다. 실제 100여건의 긴급출동 중 소방차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횟수는 2건이다.

충북소방은 내부적으로 화재진압용으로의 오토바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짓고 소방정책 홍보, 안전시설 점검 등으로 쓸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는다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대원들에게 환영받을지는 미지수다.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전담대원 편성에 한계가 있을 뿐 만 아니라 대원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탑승을 꺼려한다.

현장대원이 외면하는 화재진압 오토바이, 결국 비싼 옷걸이 역할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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