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논설실장

지난 겨울 안방극장의 최강자로 연일 화제를 일으켰던 'SKY캐슬'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사교육의 병폐를 소재로 사회 지도층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추악한 군상들의 모습을 다루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까발린 작품이었다. 그런데 종방된지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곁에서 이 드라마의 시즌2 격인 '조국 캐슬'이 인기리에 펼쳐지고 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 사건은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점철될 입시와 성공이 소재라는 점에서 드라마와 같지만 장르도, 주연도 다르다. 결말도 다르겠지만 아직 진행형이라 예상만 할 뿐이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를 더하면서 둘다 흥행대박이지만 관심은 시즌2가 훨씬 뜨겁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화상을 입기 딱이다. 이 사건이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 입시관련 의혹을 넘어 특혜와 내로남불이 집중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족과 관련된 의혹들이 군불을 지폈으나 위장이혼 이야기나 상상하기도 어려운 재산증식 등은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 수준이었다. 본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입학관련 숨겨진 일들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학입학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수 없지만 고교 2학년이, 그것도 어학 전공자가 갑자기 병리학 논문 작성에 참여한 뒤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인턴으로 포장된 참여 과정도 의아하다. 대학 입학은 관련 서류가 남아있지 않다고 해 궁금증만 키울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대학의 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 에서 받은 장학금은 또 어떤가. 등록된 재산만 50억원도 넘는,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집 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 수혜자가 되고, 유급을 거듭하면서도 6학기 동안 계속 장학금을 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사건 전반이 온통 미스터리한 일들로 가득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들 뿐이다. 누가 보아도 특혜와 짬짜미의 범벅이다. 필기시험을 한번도 치르지 않고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의전원까지 뜻한대로 진학했다면 천재가 분명하다. 공부 천재가 아니라면 '부모 천재'가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부모 덕에 딸은 화살받이 신세가 됐다. 급기야 해당 대학에서는 촛불이 등장했다. 잘 끝나나 했던 '딸 의사 만들기'는 순식간에 온갖 비난과 수난으로 점철되면서 파장 조짐을 보인다. 잘못하다가는 밑천마저 다 털릴 지경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당사자는 일관되게 청문회만을 언급할 뿐이다. 청문회를 검증이 아닌 '면피'의 과정으로 보는 지, 이를 통해 지금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조국 캐슬'만으로도 그는 '내로남불 끝판왕' 자리에 올랐다. 이제껏 그를 포장했던 진보적 가치는 이미 뻔뻔함과 추악함으로 뒤덮였다. 한때 우리사회의 신선한 충격이었던 강남좌파의 대표격인 그의 날개는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비겁한 보수'에 대비되는 '뻔뻔한 진보'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채 퇴장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조국 캐슬'은 뜨거운 관심에 비하면 재미와 시청률은 별로다. 'SKY캐슬'에는 사생아, 살인사건 등의 반전이 있었지만 '조국 캐슬'은 새로운 의혹으로 판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내막을 들출수록 불편함과 역겨움만 더해져 재미는 떨어지고, 챙겨보고 싶지도 않다. 또한 드라마에는 그릇된 욕망과 기만, 가식 등으로 뒤엉킨 상황을 속시원하게 정리하는 주인공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상처받은 피해자들만 늘어나고 있다. '조국 캐슬'은 그 결말과는 무관하게 일반 국민들의 가슴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설움과 가진 자들에 대한 불신만 남기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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