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기현 진천주재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인 '생떼'가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아직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

생떼의 사전적 의미는 지나치게 또는 터무니 없이 부리는 억지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일본어 잔재인 '뗑깡'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지난 2017년에는 여당 대표가 특정 정당의 공적 의사 표현을 '뗑깡'으로 평가 절하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국어사전에서는 뗑깡을 순 우리말인 생떼로 순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떼는 자기 달래기 기능이 미약한 시절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정치권 생떼는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고질병이자 악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야당 정치인들에게는 정권 창출을 위해 국익과 상식을 떠나 청와대와 여당을 무차별 공격하는 단골 메뉴로 사랑을 받고 있다.

생떼 정치에 익숙한 일부 정치인들은 '생떼 정치는 그만하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상대방이 약점을 보이거나 치부가 드러나면 살까지 붙여 갖은 의혹을 주장하며 상대방이 쓰러지거나 항복할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지금의 여당도 야당 시절에 생떼를 애용(?)한 것을 보면 생떼는 상대적 약자가 강자를 공격하는 최고의 수단이자 정치인의 불치병이라고 할 수 있다.

생떼는 일시적으로 국민을 속일 수 있으나 종국에는 정치 불신은 물론 스스로를 속이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구 시대의 유물이기에 벌써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생떼는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바꾼 대한민국에서, 군부 독재정권과 싸워 이긴 지 30년이나 지난 우리 사회에서 꿋꿋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생떼는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생떼도 한국 못지 않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도쿄 한복판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설 전시관을 개설한 것도 모자라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자료집까지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등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생떼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일본 외무성의 사토 마사히사 부대신이 한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가 강제 동원한 억지스러운 집회라며 깎아내렸다.

사토 부대신은 육상자위대 출신으로 지난 2011년에는 독도를 가겠다며 생떼를 쓰다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일본을 대표하는 극우인물이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미합중국 대통령이자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도 아일랜드 국빈 방문 당시 본인 소유 리조트에서 '골프'를 동반한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생떼'를 부려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지역 사회에서도 지방자치제도 도입된 지 20년이 휠씬 넘었는 데도 아직도 '생떼' 주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몇몇 단체와 주민들이 명분도 없이 단지 자기가 싫다는 이유로, 자신이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기와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를 무시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역의 대표성을 주장하며 툭하면 생떼를 부려 지역 사회에 혼란과 소모적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생떼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행동이다.종국에는 스스로가 내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주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생떼는 자기에게 더 큰 화살로 돌아온다.이제 생떼를 그만 부리자.정말 지겹고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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