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재 7자리로 되어있는 차량 번호판이 내달 1일부터는 8자리 체계로 바뀐다. 일반 승용차 등 비사업용 승용차 등록번호가 7자리에서 8자리로 변경돼 새로 차량을 등록하게 되면 8자리 번호판을 달고 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차량번호 체계가 바뀌고, 번호판이 달라져도 실 생활에서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어딜 가도 차량번호를 인식하는 카메라가 존재한다. 공공주차장은 물론 대형마트, 백화점, 공항, 터미널, 병원 등에서도 주차장을 이용할 때 인식 카메라가 알아서 출입관리와 이용시간을 알려준다.

이런 환경임에도 차량번호 체계를 15년만에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등록 차량대수가 너무 많아 지금의 7자리 번호체계로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란다. 등록차량 수가 지난해말 2천300만대를 넘어섰는데 차량번호가 한자리 늘어나면 9배 가량을 더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차량번호를 변경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할 수 있다. 문제는 예전과 다르게 번호인식 카메라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존 카메라들이 바뀐 번호판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인식 카메라 시스템을 개선해야만 번호판 변경이 제대로 시행될 처지인 것이다.

대상도 정해졌고, 이유도 분명한 만큼 조치가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실제 진행은 간단하지 않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공공청사·공항·철도·공영주차장 등 공공부문의 개선율은 96%를 넘겼지만 민영주차장·쇼핑몰·병원·학교 등 민간부문은 83% 수준이다. 이는 교체 착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완료된 것으로 따지면 이 보다 20% 가량 낮아진다. 더구나 충북과 세종 등 지역에 따라 민간부문의 착수율이 70% 수준인 곳도 적지않다. 이달말까지 개선작업이 계속 진행돼도 민간부문 인식 카메라 10대중 3대 가량은 먹통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8천500여대에 이르는 경찰청 단속카메라와 도로공사 톨게이트 카메라 등 이미 개선작업을 마무리한 곳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 진척이 이처럼 늦어지면서 내달부터 '8자리 차량번호판'이 본격 시행될 경우 생활현장 곳곳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등록차량 인식과 요금징수 등을 둘러싼 주차장에서의 말썽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인식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차량이 일부라고는 하지만 주차장 진출입 문제는 해당 차량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차량들이 피해와 불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민간부문의 인식 카메라 개선작업이 더뎌진 원인중에 관련비용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한다. 시설 노후화로 기기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예견하지 못하고 준비없이 일을 벌이다 보니 현장 전파가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며칠후면 새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월 15만~16만대 가량 거리로 쏟아진다. 준비와 조치가 마무리됐어도 이런저런 뒷탈이 생길 판인데 예견되는 번호판 혼란은 손을 놓고 있을 뿐이다. 결국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당국자들의 안일한 자세가 또 다시 국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부추긴 꼴이 된 것이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