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재훈 청원고등학교 교사

아이들과 함께 미동부 아이비 리그를 다녀온 후 느낀 점 네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예일대에서의 조지혜 박사 특강이다.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왜 대학교 마치고 취업을 안 하고 유학을 오셨나요?" 조박사가 대답했다. "좀 잔인하게 말한다면 학사로 마치면 내 스스로 일을 프로젝트해서 하기 보다는 남의 밑에서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공부를 지금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조박사는 과학고를 나와서 성균관대 화학과로 진학했다. 아마 심한 좌절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동창 대부분이 카이스트나 포스텍 또는 SKY로 진학할 때 성균관대로 간 것은 그만큼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Life is bounce'이다. 인생은 바닥이라고 느낄 때가 기회이다. 조박사도 좌절을 딛고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예일대로 유학을 가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둘째, 하버드 유학생 이한별군의 유학 준비 스토리이다. 한성과학고 출신인 이 군은 유학을 준비하면서 영어 면접에 대비했다. 교수와의 화상 면접 때 15분 정도 하겠지 하고 15분 정도 영어 스토리 분량을 전부 외워가면서 준비했다. 그런데 면접 당일 면접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자신이 외운 내용이 다 동나고 나머지 시간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영어로 막말을 하고 나니 교수님이 껄껄껄 웃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자네가 한 말 중 절반은 못 알아들었다는 것이었다. '이젠 망했구나, 유학은 포기해야겠구나'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났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의 열정을 보고 뽑아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김재훈 청원고등학교 교사
김재훈 청원고등학교 교사

셋째, MIT 김인송 교수의 특강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후 MIT 교수가 된 빅데이터 전문가다. 자신이 하는 일이 쓰레기 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일이라고 했다. 쓰레기 산(정보더미)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수식을 만드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하면서 수식을 보여주는 데 무려 2줄이나 되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가장 압권은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는 나를 만들어라'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Only one'이다. 내가 어떤 일을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나오는 순간 나는 버려진다. 그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그 분야의 최고가 되라는 말씀이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하다.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김교수의 진언이었다.

넷째, 영어의 중요성이다. 영어가 중요한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심장부에 가서 느낀 영어의 중요성은 다르게 다가왔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1:99의 차이로 느껴졌다. 우리는 그냥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또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영어를 공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어 능통자와 영어 문맹자와의 차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을 바라보는 눈을 능통자가 99만큼 보인다면 문맹자는 1밖에 모르는 차이가 난다. 영어를 안 하고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는 있지만 보다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를 정복해야 한다고 느꼈다.

지난 8박 9일간 함께한 우리 청원고 학생들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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